삼성 반도체 '시안 시대' 개막…거대 중국시장·고객사 니즈 '두 마리 토끼' 잡는다
2012-09-12 17:13
미국 오스틴이어 두번째 해외 공장..총 70억달러 투자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시안 시대’가 활짝 열렸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해외 두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키로 한 것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 기업들에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업황에 관계없이 시장점유율을 현재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시안이 중국 서부 내륙지역의 거점 도시인 만큼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서부 대개발 사업의 과실을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중국 수요 잡아야 글로벌 1위 수성 가능
중국이 PC와 스마트폰, 스마트 TV 등의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거듭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소비량은 285억 달러로 세계 전체 소비량의 50%를 차지했다. 오는 2015년에는 354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 마디로 중국 수요를 잡지 않고서는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게 된 핵심 요인이다.
12일 시안에서 열린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기기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도 공장 설립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생산 체제를 갖추는 일도 중요해졌다.
삼성전자도 이번 반도체 공장 건설을 고객사 요구에 따른 선제적 대응 조치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미 인텔과 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중국에서 12인치 웨이퍼 반도체 설비를 운영 중이고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미리 중국에 진출에 기반을 닦을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중국 생산라인 건설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고객사들의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생산라인의 추가 건설은 불가피했다.
권 부회장은 “다른 반도체 회사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로 삼성전자의 현재 시장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4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왜 시안인가?
중국 내 여러 지역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곳으로 시안을 선택한 것은 다양한 이유 때문이다.
우선 중국 고객사들의 생산 거점이 서부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낙후된 서부 지역 개발을 위해 서부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중국 내에서 여러 지역이 후보군으로 올라왔지만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정책에 따라 IT 생산기지가 서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안이 산업용수와 전기공급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용에 필요한 다양한 이점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와 함께 시안에는 37개 대학교와 3000여개의 연구기관이 위치해 있어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우수인재 확보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시안시 소재 서북공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반도체 관련 학과의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이미 인재 확보에 나섰다.
삼성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경우 시안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경우 시안 공장은 이 지역 공략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삼성전자 연구원과 근로자는 물론 장비업체 및 부품 업체까지 밀집돼 있는 거대한 타운이 형성된다. 삼성은 이를 서부 내륙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