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영백·유지승 기자= 이르면 이달 말부터 15억원대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가 3000만원 정도 절감돼 그랜저 승용차 1대 값을 버는 셈이 된다. 소형의 저가주택을 비롯해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수요자들도 절세 체감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일 수출입은행에서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양도세 및 취득세 감면지원 방안을 담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8.5조원＋α)’을 마련해 발표했다.

취득세는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경우 현행 2%에서 1%로, 9억원 초과 또는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각각 절반씩 낮아진다.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취득세는 원래 4%였으나 2006년 이후 2%로 적용돼 왔고 이번에 추가로 50% 인하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22대책’에서 2011년 말까지 9억원 이하와 9억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를 각각 1%와 2%로 인하해 한시적으로 적용했었다.

연말까지 미분양주택을 취득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주택을 팔고 양도차익을 챙기더라도 양도세를 한 푼도 납부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올해 안에 주택을 취득하고 잔금청산을 마칠 경우에는 최대 취득가액의 4%가 부과되는 취득세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취득세 감면 조치가 연말까지 한시 적용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대기 매매수요를 수면위로 끌어올릴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소득세 일부를 미리 당겨 돌려주는 근로소득간이세액표 조정도 시행된다. 원래 연말정산 때 한꺼번에 돌려받을 세금이지만, 9월 급여부터 원천징수세액을 약 10% 줄여줌으로써 12월까지 넉 달간이라도 가처분소득 상승과 소비진작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소득세 감축분은 급여기준으로 볼 때 4인 가족 월급여 500만원인 경우, 월 원천징수액이 현행 26만9290원에서 24만820원으로 준다. 월 2만8470원, 연간 34만1640원을 돌려주는 셈이다. 4인 가족 월급여 700만원의 경우, 원천징수 57만2870원이 51만7720원으로 줄어 월 5만5160원, 연간 66만1920원을 덜 떼게 된다.

또 자동차와 대용량 가전제품에 매기는 개별소비세가 11일부터 올해 말까지 1.5%포인트 낮아진다. 자동차 개소세의 감면율은 배기량 2000cc를 기준으로 1.5%포인트씩 내리면서 감면혜택은 2000cc 초과가 더 줄어드는 방식으로 차등화했다.

자동차와 더불어 에너지 과소비 가전제품(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의 개소세도 지금은 5%이지만 1.5%포인트 깎아 3.5%를 적용한다.

이번 개소세 인하의 특징은 동일한 %포인트(=1.5%포인트) 만큼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2000cc 이하 승용차와 대형 가전은 5%에서 3.5%로 30% 내리지만, 2000cc 초과 승용차는 8%에서 6.5%로 18.8% 인하된다.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품목별로 엑센트(1.4) 25만1000원, 아반떼(1.6) 32만5000원, 크루즈(1.8) 34만1000원, SM5(2.0) 41만7000원, K5(2.0) 42만7000원, 쏘나타(2.0) 48만원, 그랜저(2.4) 57만3000원, 체어맨 H(2.8) 68만2000원 등 세금을 덜 내게 된다.

한편 이번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제2차 재정지원 강화 대책의 핵심은 부동산 거래세와 승용차 개별소비세의 감세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기 시작한데다 위기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대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