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밥그릇 뜯어먹는 대형유통업체, '우렁각시' 필요해

2012-08-22 15:29

경제부 이규하 기자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정부의 눈치를 살피던 대형유통업체들이 판매수수료를 하향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이 유통채널별로 0.3~0.5% 가량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찔끔 인하’뿐 인 고양이 눈물이다.

오히려 판촉비나 물류비 등을 명목으로 중소납품업체에 추가부담을 전가하고 있어 대형유통업체의 비상한 셈법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납품업체가 중소납품업체에 전가한 판촉행사비는 지난 2009년 12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17% 증가한 140만원이다.

인테리어비용도 평균 4430만원에서 477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 전가시킨 반품비도 3억1000만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1억 규모다.

홈쇼핑업체는 ARS(자동응답시스템) 할인 혜택을 고스란히 납품업체 몫으로 돌렸다. GS, CJ오쇼핑, 현대, 롯데 등 납품업체가 부담한 ARS 비용만 2009년 대비 지난해 4850만원으로 55% 올랐다.

판매수수료 깎아주는 척, 밥 그릇 챙기기에만 혈안된 대형유통업체의 횡포는 종소납품업체가 허덕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도권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배고픔에 시달리는 유통전쟁’이라고 까지 칭했다.

‘재벌의 밥그릇’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다. 대기업 전체 비중은 겨우 0.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형 유통 시장의 구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는 대형 유통기업들이 중소업체들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닌 중소업체들이 대형유통업체를 먹여 살린다는 소리다.

중소업체에게 뜯어먹는 ‘밥그릇 대주기’ 관행에 ‘자사 배불리기’까지 정부의 거듭되는 규제에 핑계 대기보단 우렁각시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