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직장인 이모씨(32·남)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주로 사용했던 신용카드 대신 지갑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체크카드를 꺼냈다. 세법개정에 따라 평소 신용카드 중심이었던 자신의 소비패턴을 바꾸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휴대폰 요금 자동이체 등 꼭 필요한 부분만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를 이용하기로 했다.

세법개정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율이 20%에서 15%로 줄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체크카드로 쏠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소득공제 대상제외 항목에 대해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득공제 특화상품 ‘KB국민 직장인 보너스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세법개정으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공제에 관심이 많은 30~40대 직장인들의 소비패턴에 맞는 체크카드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크카드 세제혜택이 늘면서 신용카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상품도 재조명 받고 있다. 연말 정산이 다가오면 기존보다 체크카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요금, 커피전문점, 주유소 등에서 캐쉬백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SK카드의 ‘메가캐시백 체크카드’는 이 회사의 주력상품으로 떠올랐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세제혜택을 원하는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변화되면서 업계의 상품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캐시백 체크카드’도 본인의 소비 성향에 따라 주유, 쇼핑, 외식 등 업종별 특화카드 선택이 가능해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별도의 연회비 없이 사용금액의 최대 8%까지 돌려받을 수 있고 영화, 커피전문점, 여행사 등에서 할인 및 캐쉬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넣은 ‘하이브리드 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기존 체크카드에 일정 부분 신용을 부여해 예금 잔액이 소진되면 신용카드로 전환 사용이 가능한 카드다.

올 초 신한카드의 ‘참(Charm)신한 체크카드’를 비롯, KB국민카드,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 은행 및 은행계 카드사들은 하이브리드카드를 잇따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에게 혜택과 편리성을 어필하지 못해 부진한 성적을 이어왔다.

하지만 체크카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하이브리드 카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카드의 경우 신용 결제 부분을 제외하고는 체크카드 소득공제 대상에 해당된다”며 “하이브리드 카드로 체크와 신용 부분을 잘 활용해 사용하면 알뜰한 ‘세테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소득공제율 격차가 커지면서 체크카드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카드사들도 체크카드로 수익을 만드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프로세싱 비용 등 체크카드의 관리 방식 자체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