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20주년 베이징 아주좌담회> 기술 경쟁력 우위 종말,신 블루오션 탐색 시급.

2012-08-20 13:11

▲박진형 이사=기업들의 중국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코트라는 세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신성장 유망분야인 친환경, 웰빙, 실버산업과 에너지절감산업, 멀티미디어산업 등을 타게팅해서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중서부의 2선도시 3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는 것이며, 세번째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발굴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중국에 공급하고 싶지만 유통채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유통업체들 역시 한국제품을 원하지만 접촉채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레노버, 중싱, 하이얼 등 토종 전자업체들이나 GM, 창안, 지리 등 자동차업체, 그리고 조선업체들은 한국산 부품을 요구하고 있다. 코트라는 채널개발에 상당한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신영수 발행인=중국에서 인터넷 쇼핑의 발전속도가 그야말로 엄청나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의 신뢰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보증하는 쇼핑몰을 개설하고 좋은 제품을 선별해서 입점시킨다면 우리 제품이 중국 내수시장에 더욱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안은 검토해 볼 만 할 것이다.
▲박근태 대표=CJ그룹도 중국에서 홈쇼핑사업을 펴고 있다. 과거 중국의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는 가짜상품이 범람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의심이 많다. 동방CJ홈쇼핑도 신뢰도를 구축하는데만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만큼 중국 내수 진출은 어려움이 많다. 경쟁력있는 제품이 있더라도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사회자=내수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이 중국의 법적 보장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중국이 법치국가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중국의 사법제도와 법적보호에 대해 어떻게 봐야하나.
▲김덕현 고문=각 사회마다 그 사회에 맞는 법이 있다. 중국은 사회적인 국가이며 체제에 알맞는 법을 제정해 놓고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이 중국법을 대할 때 자본주의 사회의 법적 기준으로 이해하려 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의 잣대를 가지고 중국법을 비난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꽌시()보다 법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법을 초월해 꽌시를 통하면 된다는 중국법 경시풍조가 있다. 하지만 실제는 중국은 법적 보장이 철저한 국가다. 다만 중국법에 대해 잘 모른 채 우리식으로 사고하는 데서 잦은 오해가 빚어지고 있다. 중국법을 잘 파악하고 법이 정한 조치를 취한다면 얼마든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회자=중국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기업 경쟁력이나 인재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평규 부회장=중국의 대형 민영기업인 옌다그룹에는 많은 인재들이 모여있고, 기업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중국 기업계를 관찰해 본 결과 중국의 민영기업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유학파들도 많아졌고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일한 인재층도 두터워졌다. 인재경쟁력 역시 격차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상당한 틈새가 존재한다.
▲임호열 소장=중국의 금융서비스산업은 낙후돼 있다. 하지만 금융계 종사자들 상당수는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있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탁월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젊은 나이에 고위직으로 스카우트하더라도 별다른 저항이 없을 뿐 아니라 입사동기 사이에 연봉이 10배 차이가 나더라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는 전문인력 양성에 유리한 구조다. 또한 중국은 전문인력 양산에 용이하다. 몇만명씩을 한꺼번에 모아서 단기간에 지식을 배양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금융권 인재의 경우 아직은 우리의 경쟁력이 높지만 중국의 추격속도는 우리를 안심하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신영수 발행인=지경부 평가를 보면 우리와 중국의 산업경쟁력 평균격차는 2.5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산업경쟁력에 있어서 우리의 우월분야가 별로 없다고 본다. 우리가 앞서나갈 수 있는 데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업로보트분야를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이분야에서 일본, 독일, 미국에 이은 4위 국가다. 향후 중국은 공장무인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시장인 것이다. 이 같은 분야를 발굴해서 집중적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상생의 동반자, 중국인식 대전환 요구

▲박진형 이사=아직은 우리가 우세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13억인구의 중국이 추격하고 있는만큼 언제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기술표준화를 해 윈윈을 모색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기술이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인력면에서도 해외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고,, 이공계 비중이 높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또한 1년에 10만명의 공무원을 해외로 보내 연수를 받게 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인련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올 것으로 본다.

◆사회자=중국은 이미 동북아 패권국가로 올라섰고, 우리나라는 김영환씨 사건에서 보듯 중국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인상이다. 대북영향력도 강해지는 추세인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중관계의 변화를 모색해 볼 때라는 지적이 많다.
▲신영수 발행인=김영환씨 사건으로 인해 한중수교 20주년인데도 영사협정이 체결돼있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 밝혀졌다. 한국인의 형사사건이 벌어지면 중국 공안의 조사결과가 나올때까지 우리 공관은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해 주장해야 할 사안이 있는데도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국력이 약하기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가 먼저 약자라고 자처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중국내에서는 한국이 이미 동아시아질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국 두 강국 사이에서 어디에 줄을 댈지 고민할 필요없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언자의 의도를 차치하고라도 고려해봐야 하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좀더 우리의 카드를 활용하고 주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으로 하여금 남북통일을 진심으로 지지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박진형 이사=정치쪽은 명분쪽으로, 경제쪽으로는 실리쪽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에게는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면서 정치적인 이익을 가져올 카드가 있다. 예를 들어 한중FTA협상과정에서 북한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우리나라로 포함시킨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김덕현 고문=국제법에 맞게, 중국법에 맞게, 한중조약에 맞게 영사조약과 같은 미비한 협정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자국민의 외국에서의 안전문제가 걸려있는 영사조약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외교나 실익을 따지는 외교도 중요하지만 자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사회자=마지막으로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질문을 하겠다. 우리나라에게 중국이란? 단답형으로 답해주고 이유를 들려달라.
▲조평규 부회장=우리나라에게 중국은 ‘희망하나’다. 중국은 한국과 가장 우호적인 친구국가의 하나이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국력이 비약적으로 굴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수 발행인=우리나라에게 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며 원천적으로 이사할 수가 없기에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
▲박근태 대표=우리나라에게 중국이란 ‘코끼리’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이 있듯이 30여년 중국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더욱 치열하게 연구해야 한다.
▲김덕현 고문=우리나라에게 중국은 ‘너는 내 운명’이다. 매일 얼굴 마주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과 같은 사이이며,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데는 우리들 노력에 달려 있다.
▲박진형 이사=우리나라에게 중국은 ‘용의 등’이다. 승천하는 용의 역린을 건드리면 큰 화를 입겠지만 용의 등에 사뿐히 올라타면 함께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
▲임호열 소장=우리나라에게 중국은 코끼리다. 코끼리는 평소 온순하지만 동물의 왕인 호랑이나 사자를 일거에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코끼리와 상생해 먼 길을 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