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 완화 "실수요자에겐 혜택, 시장 활성화엔 한계"

2012-08-17 16:30
은행권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필요…전문가 "거래 활성화에는 부족"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정부가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결국 마지막 ‘금기’로 여겨지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도 손을 댔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DTI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침체한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 세밀하게 정한 적절한 대책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와 전반적 거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화된 모니터링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가 꺼낸 카드가 DTI 완전 폐지도 아닌 수위 조절이었다면 대책이 조금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DTI 규제의 보완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부터 은행권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DTI 적용 시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에게는 ‘10년 뒤 예상 소득’을 반영하고, 소득은 없지만 자산을 가진 대출자의 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번 대책은 DTI 비율을 단순히 올리고 내리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닌 세부적인 개선 방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서 금기시되던 DTI를 건드린 것은 그만큼 위기 상황을 인식한 것”이라며 “획일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얻기보다 다양한 현상을 세밀하게 들어가서 판단했다는 점에서 정책 패러다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단초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젊은층의 미래소득을 감안해 대출 한도를 높여주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결혼을 하고 나서 자녀를 낳고 가구원 수가 늘어나면 내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소득에 대한 대출로 가계부채 증가나 은행권 부실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득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부실 가능성도 있기에 은행권에는 부담”이라며 “대출 후 상환 능력을 검토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 절차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상환 능력이 있지만 소득이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문제는 상환 능력이 불투명한 대출자인 것이지 소득이 없지만 자산이 있는 수요자에 대한 대출은 적절한 조치”라며 “단 미래소득 인정의 경우 불확실성을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실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정 본부장도 “자산의 소득 인정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우려되고 있지만 실질적 대출 증가 폭이 크지 않고 은행권에서도 대출을 줄이는 경향이어서 무리하게 대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최대 15%포인트 DTI 우대 비율 적용은 효과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수도권 고가 중대형 주택의 침체 골이 깊어 대출 한도를 늘린다고 해도 쉽사리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박원갑 팀장은 “당장 거래 활성화에는 어렵겠지만 서울·수도권 침체가 고가 중대형 주택 침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하락세를 저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DTI 일부 개선을 가지고서는 시장이 살아나기에는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T공인 대표는 “DTI 같은 금융 규제 개선만으로는 수요를 진작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며 “ 취득세·양도세 한시 폐지 등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