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일부 완화…수혜자 시장 반등 이끌까

2012-08-08 13:41
은퇴 앞둔 베이비부머 타켓…거래 활성화엔 역부족

아주경제 정수영·이정은 기자= 가계 부실을 막기 위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얼어붙은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카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23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 활성화 민관합동 토론회' 후속 조치를 논의, 핵심 과제를 확정했다. DTI 규제 일부 완화와 주택담보대출 기존 차입자 만기 연장 부담 완화 등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이 주된 내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 완화 수혜 대상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나 자산가 등 소수에 그칠 것으로 판단, 전반적인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의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여겨져온 DIT를 손질하는 만큼 심리적으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 규제 완화 수혜 대상은?

정부가 DTI 비율은 그대로 둔 채 실수요자에 대해 불합리한 부분만 손을 보겠다고 밝히면서 자산가나 은퇴자가 1순위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불합리한 부분은 DTI가 자산은 상관없이 소득(근로·이자·임대·사업소득)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 것이다. 따라서 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고려해 자산이 많다면 대출을 더 허용해주는 등의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은 있지만, 일정한 소득이 없는 자산가와 은퇴자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별·계절별 소득 편차로 상환 능력 산출이 어려웠던 일부 자영업자도 DTI 완화 혜택을 볼 전망이다.

취업 초년생 등도 DTI 완화 수혜자로 꼽힌다. 정부가 향후 상환 능력이 있는 수요자에 대해서도 미래를 보고 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노령자나 자영업자 등 자산은 있는데 소득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젊은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 등 젊은 사람들도 소득이 확실한 경우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시장 살리기에는 역부족”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주택 거래시장을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혜 대상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소수층에 불과하고, 정책 초점이 금융 부실 사전 차단에 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거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일부층에 대해서만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전반적인 매수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이 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힘든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DTI의 수혜를 입으려면 자산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자산이 없는 초년병의 경우 대부분 전·월세로 시작하지 실제 거래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어느 정도 자산을 갖춘 계층(소득수준 1~5분위 중 4~5분위 정도)만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방안은 자산은 많은데 대출 규모에 비해 소득이 적은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규제 완화책인 만큼 시장 전반의 거래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의 거래는 다소 늘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팀장은 “은퇴자의 경우 자산 리모델링 과정에서 보유 아파트 크기를 줄여 임대소득을 얻기 위한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