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서울에 사는 이모씨(30·여)는 지난해 9월 신용카드 리볼빙(Revolving)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카드 결제대금을 나눠서 상환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금의 10%씩만 갚다보니, 결국 높은 이자가 붙으면서 카드 대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담이 커지면서 리볼빙의 악순환이 계속되자 이씨는 이 서비스를 해지할 수 없을 지경에 이렀다.

신용카드사들의 고금리 장사로 지적 받고 있는 리볼빙 서비스가 서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무려 100만명에 이르는 저신용자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연 20~30%의 고금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리볼빙 잔액은 지난 2008년 5조원에서 2011년 말 6조1000억원으로 지난 3년간 1조1000억원가량 늘었다.

리볼빙 서비스란 카드 사용액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매월 나눠서 결제하는 제도다.

결제액의 5~100%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 20~30%의 고금리가 적용되고, 한 달만 못 갚아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는 무려 290만명으로, 이중 약 100만명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7~9등급의 저신용자로 나타났다. 이들이 리볼빙 제도를 이용해 일부만 갚고 미뤄둔 미결제 금액은 1인당 약 210만원이다.

리볼빙 이용금리는 연 5.9~28.8%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리볼빙 이용자들은 대부분 상환능력이 부족한 저신용자이기 때문에 실제 이용금리는 연 20%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고금리 서비스다 보니 연체율도 높다. 리볼빙 연체율은 3.1%로 전체 카드사의 연체율 2.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1개월만 상환을 연체해도 신용등급이 급락한다는 것이다. 리볼빙 주이용 층인 평균 7등급의 이용자가 1개월 연체 시 ‘신용불량’에 가까운 8~9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리볼빙 서비스는 고금리인 만큼 부실 우려가 크고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장점만 보고 리볼빙을 이용했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테스크포스(TF)를 구성, 현재 5~10%인 리볼빙의 최소결제 비율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리볼빙 이용자의 대출한도 축소도 검토한다.

앞서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카드사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첫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금감원의 리볼빙 서비스 개선 요구에 따라 각 사의 리볼빙 서비스 약관을 변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