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vs 재정위, ‘경제민주화’ 때 아닌 ‘색깔론’ 논쟁

2012-07-12 17:15
野 ‘북한식’ 발언 성토, 사과요구..순환출자 금지·인천공항 매각 논란 <br/>박재완 장관 “‘경제민주화=북한식’ 말한 적 없다” 해명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에 때 아닌 ‘색깔론’ 논쟁이 불거졌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경제민주화 주장이 지나치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 무역으로 먹고 살면서 북한식으로 할 순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 같은 박 장관의 발언은 국민과 정치권에 대한 모욕이라며 비판한 뒤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장관이 경제민주화를 북한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 요구를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과 여야 정치권에 대한 모욕이다”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경제민주화가 바로 북한식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박 장관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너무 동떨어진 제도를 도입하면 외교와 통상으로 먹고 사는 데 어렵다”며 “북한처럼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박 장관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은 “본인의 뜻이 아닐 수 있지만 한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는 만큼 말에 신중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에 반대한다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여야의 공약에 대해 장관이나 재정부가 중립적이지 못하고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장관은 “발언을 진중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 대해 귀담아 듣고 수용하겠다”며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밝혔지만 여전히 경제민주화=북한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하며 한 발 물러섰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벌 순환출자 금지, 인천공항 매각 지분 논란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특히 순환출자 금지가 핵심이다”라며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심지어 지분 없는 회사까지 지배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문제점에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순환출자 자체를 금지할 때 경영권 방어 등 여러 측면에서 균형있게 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논란과 관련, “이번 정부에서는 민영화 절차를 추진하지 않겠지만, 민영화 입장 자체는 꾸준히 견지하는 게 좋다”며 “절차적으로도 매각에 1년 이상 걸리기에 어차피 매각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