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자충수되나?

2012-07-12 16:19
-정부·정치권·산업계·시민단체 모두가 불만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한국전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을 ‘나홀로’ 추진하면서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과 산업계, 시민단체마저 등을 돌리면서 운신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분위기다.

한전은 지난달 전기위원회에서 13.1%의 요금인상안이 거부 당한뒤 지난 9일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기본 인상안 10.7%와 연료연동제를 감안한 6.1% 등 사실상 16.8%의 인상안을 최종 의결해 지식경제부에 다시 제출했다.

지경부는 검토 절차를 거쳐 전기위원회에 상정하고 전기위원회가 의결하면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최종 인상안으로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경부의 기류는 또 다시 반려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기대한 요율과 여전히 괴리가 있다”며 “한전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으로 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력요금은 핵심 공공요금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한전의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전의 개혁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전이 적자행진 하면서 기관장에는 성과급을 주고 직원에는 월급을 올려준 상황에서 국민들은 공공요금 올리는 것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라며“한전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성명을 통해 “한전이 원가절감을 위한 자구 노력 없이 그동안 쌓인 적자와 낮은 원가 회수율을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전기 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의 강력한 자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방만한 조직·인력 운영과 고임금 구조부터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제가 많이 어려운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만 집중적으로 올리게 되면 결국 산업경쟁력이 약화된다”면서 “결국 한전의 적자문제 때문에 두 자릿수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전기요금 산정방식에 의구심이 든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인상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최근 서울 YMCA 시민중계실도 성명을 내고 “한전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부당하게 지원해온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부터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중계실은 “전체 전기 수요 중 산업용 전기가 55%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전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으로 전기가 공급돼 가정에서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무리하게 몰아가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며 “전기요금 인상안보다 한전의 개혁에 여론이 쏠리면서 자충수를 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