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투자업체 “장기 팔 정도로 절박하다"…통일부, 간담회 내용 사전 검열 의혹 제기
2012-07-11 17:26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돈이 없어서 예체능계를 다니던 딸이 문과로 전과했습니다.” “장기를 팔려고 문의도 해봤을 정도로 절박합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금기협)는 11일 이같이 밝히며 정부에게 금강산지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해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기협은 금강산에 투자한 중소 영세업체 30여개로 구성된 현대아산 협력업체들의 모임으로 이들은 금강산관광 중단 4주년(12일)을 맞아 시설투자비 1330억여원, 매출손실액(6월말 기준) 208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요식 금기협 회장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내 민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소문을 통해 “관광이 중단된 4년이라는 세월은 가정파탄과 기업도산 등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순간에도 기약없는 관광재개를 한탄하면서 금강산관광 중단 4년을 맞이하고 있다. 설사 재개된다 해도 다시 시작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대아산의 외면과 남북의 정치적 이해로 인한 피해는 어디에 호소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기협은 특별재난구역 지정 요청과 관련, 투자액 실태조사 후 보상과 기업 생존차원의 운영자금 및 생계비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며 “사업주체인 현대아산 역시 협력업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지원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 최 회장은 “저희는 정치적 이념도 아닌 순수한 민간기업”이라면서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를 입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금기협 고문인 안교식 일연 대표는 “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이 직접 행정업무까지 관리했으나 당시 안전장치를 소홀히 했다”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무시하고 모든 잘못을 정부에 넘기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기협은 정부중앙청사의 통일부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통일부가 정부 공공건물에 민간인들의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며 거절하자 민원실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는 통일부가 정부의 금강산 투자기업에 대한 피해 보상 여론이 확산되는 데 대한 부담을 느껴 간담회를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금기협측에게 간담회에 발표할 내용을 요구하며 사전검열을 할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기협은 이날 금강산 방문을 추진했으나 북측이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최 회장은 “광복절인 내달 8월15일을 계기로 금강산 방문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기협 관계자는 “식당을 운영하던 다른 업체 사장의 부인은 갑작스런 금강산 관광중단 후 심근경색이 와 몇해 전 사망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