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도급업체 두둔…중견건설업계 '한숨'

2012-05-02 20:54
단속 강화 틈타 횡포 이어져…건설사는 속수무책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최근 건설시장에서 일부 하도급업체들이 정부의 역성(?)에 의지하며, 원청업체를 상대로 ‘역(易)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정부가 시행중인 하도급업체 보호 장치가 오히려 원청업체인 중견건설사를 괴롭히는 ‘무기’로 돌변한 것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에서 건설업계의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건설시장에는 대형·중견 원청업체들이 소규모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덤핑발주나 장기어음 발행, 공사대금 현물지급 등 '횡포'가 만연했었다.

특히 원청업체들은 납품 단가를 낮추거나, 수주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채 공사를 진행시켜 실질적인 시공업체에 돌아가야할 공사대금을 가로채는 일까지 성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불법 하도급 사례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해당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 강도가 높아지자, 일부 하도급업체가 역으로 원청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건설사들은 국내 건설 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진지 오래지만 정부가 원청업체를 위한 지원책은 내놓지 않고, 소규모 하도급업체만 두둔해 하도업체의 횡포를 부채질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불법 하도급거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틈을 타 일부 하도급업체는 공사는 뒷전으로 미룬채 뒷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게 원청업체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기에 목이 맨 원청업체들은 하청업체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공사 일정 지연에 따른 손실이 곤스란이 원청업체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또 하청업체와 실랑이라도 벌이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쉬쉬하는 것도 하청업체의 횡포를 차단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이제는 옛말”이라며 “공사도중 일 못하겠다고 두손드는 일이 비일비재 하지만, 신고할 겨를도 없이 뒷돈 챙겨주며 일 시키기에 급급한다”고 하소연 했다.

경기도 소재 D중견건설사의 대표는 “하청업체들이 공사 수주를 위해 계약 전까지는 온갖 사탕발림을 하지만 막상 계약이 체결되면 태도는 180도 돌변한다”며 "요즘 하도급업자들은 자그만한 일에도 '공정위에 문의(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동안 약자 보호 측면에서 하도급업체 두둔위주로 정책을 편게 사실"이라면서 "정책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단 균형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당국자는 "정부가 하도급거래 모범업체와 상습 위반업체 명단을 인터넷에 공표하고 있다"면서 "업계가 자발적으로 분위기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