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선 KB금융…ING생명 M&A 시나리오 바뀌나

2012-05-01 17:10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의 새 주인 물망에 오르면서 ING생명 인수합병(M&A) 시나리오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어윤대호의 뱃머리에 따라 한국법인을 비롯한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 매각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낸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7월 27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한다.

공자위는 지난해 5월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냈으나 MBK파트너스 1곳만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민영화가 무산된 바 있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당사자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이 우리금융의 새 주인 자리를 꿰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까다로웠던 매각조건이 대폭 완화된 데다 외국계 자본 외에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어 KB금융의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이 실제로 우리금융과 손을 맞잡을 경우 이미 강력한 인수 의사를 밝힌 ING생명에 불똥이 튈 수 있다.

KB금융이 합병의 방향추를 우리금융 쪽으로 고쳐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정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할 때 KB금융이 우리금융과 ING생명 한국법인을 모두 껴안을 가능성은 낮다”며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M&A장이 들어선 만큼 득실 계산에 따라 한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이 ING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 인수 후보군은 주로 해외법인에 눈독을 들이는 국내 생명보험사 빅(Big)3와 외국계 금융사만 남게 된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법인 입찰에만 참여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반면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대형 생보사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 홍콩 AIA그룹 등 외국계 금융사들은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 6개국에 퍼져 있는 해외법인 인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해외법인은 한국법인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현지 시장 기반을 닦는데 필요한 금전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ING생명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매각 가격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는 점도 M&A 시나리오를 좌우하는 변수다.

어 회장은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 가격이 적정선을 넘어설 경우 인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어 회장은 1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KB금융그룹과 꿈나무마을 사랑 만들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ING생명 한국법인)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이 너무 뛰고 있다”며 “적정 가격이라면 인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그 이상이 되면 포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ING생명의 모기업인 네덜란드 ING그룹은 현재 ING생명 아태법인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인수 후보사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께 ING그룹으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받았다”고 전했다.

비밀유지계약(NDA) 관련 서류 발송에 이은 후속 조치로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KB금융은 현재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어 M&A 시나리오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4일 우리금융과 합병 추진설에 대한 한국거래소(KRX)의 조회공시 요구에 “당사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 추진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우리금융과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추진한 사안이 없다”고 답변했다.

어 회장 역시 “시너지효과가 없는 M&A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KB금융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선택의 열쇠는 당사자인 KB금융이 쥐고 있다”며 “우리금융과 ING생명 아태법인 모두 매각작업이 초기 단계에 불과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