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5 17:43
▲이종범 [사진 = KIA타이거즈]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안녕하십니까. KIA 타이거즈 이종범입니다. 이젠 제 이름 뒤에 '선수'라는 말을 붙이지 못하게 됐음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동안 정말 분에 넘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팬과 선, 후배님들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갑작스런 은퇴 선언으로 많이들 놀라셨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많이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구단에서 은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 2008시즌이 끝난 뒤였습니다. 이후 하루도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적이 없습니다.
그때부터 제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옷을 벗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 또한 그 때문이었습니다. 팀에서 제가 더 이상 할 몫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이전에 마음 먹었던 것처럼 은퇴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초라하게 은퇴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저의 전성기를 만들어줬다면 최근 몇 년 간의 생존은 독한 각오와 치열한 노력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불태웠던 삶이었기에 조금의 후회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타이거즈에 들어오고 싶어서 야구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태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땐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꿈꿔왔던대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은퇴는 어디까지나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괜한 오해로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기에 이 자리에도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거즈 선수로 너무도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그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려야 할 지 고민하고 실천하는데 쓰겠습니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제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우리 주위의 아버지들이었습니다. 나이 먹고도 계속 뛰고 있는 저를 보며 힘이 나신다며 손을 꼬옥 쥐어주시던 분들, 그 분들에게서 힘을 얻었고, 또 그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전 이제 선수로서는 은퇴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 합니다. 두 번째 인생에서도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들의 기운을 모아 꼭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코치 연수는 지금의 저에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니치 시절 일본 프로야구에서 리그 우승도 경험해 봤고 2군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선수들과 함께 뛰기도 했습니다. 선진 야구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야구는 끊임없이 공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늘 같은 곳에만 머물러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생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보다 넓은 세상을 보며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려 합니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다듬어서 좋은 사람,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겠습니다.
언젠다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여러분을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