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상하이푸둥발전은행 10년 만의 ‘결별’?

2012-03-20 14:58
시티 자금사정이 주된 이유 일각에선 양측 불화설 소문도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시티그룹이 지난 10년 간 중국 내 파트너로서 협력해 온 상하이푸둥발전은행(SPDB)의 지분 2.71%를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시티그룹의 이번 지분 매각의 이유를 둘러싸고 업계 내부에서는 각가지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20일 보도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19일 “블록세일(대량매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71%(약 5억620만주)를 전량 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 따른 수익을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시티그룹은 6억6800만 달러(세전)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후 이익으로 환산하면 약 3억49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시티그룹이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현재 시티은행이 자본 조달 압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연방준비은행(Fed)은 미국 대형 은행 중 4개 은행이 또 다른 경제위기가 발발할 경우 대처할만한 자금력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시티은행도 이 중 하나라고 발표해 미국 재계에 커다란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시티그룹과 SPDB 간 협력이 그 다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시티그룹은 지난 2002년 말 SPDB의 지분 5%를 매입, 중국 내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공식 선언하며 중국 신용카드 시장에서 상호 협력을 도모해왔다. 이어 2006년 2월 시티그룹은 SPDB의 지분을 19.9%까지 늘려 5년 내 SPDB를 중국 내 최고 상업은행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SPDB가 점차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티은행은 SPDB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보유한 지분을 서서히 매각했다. 이어 2006년 11월에는 중국 내 또 다른 은행인 광둥발전은행의 지분 20%를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등 ‘외도’를 했다. 그리고 2006년 말 시티그룹이 중국 내 법인은행을 공식 설립하면서 SPDB와의 사이는 더욱 벌어져만 갔다.

특히 시티그룹과 SPDB가 그간 협력해 온 신용카드 사업 성과가 후발주자인 민성(民生)은행이나 싱예(興業)은행에 미치지 못한 것도 두 은행 간 불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시티은행은 중국 내 독자적인 신용카드 사업 방법을 모색, 올해 2월 드디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신용카드 독자적 발급 업무를 허가 받았다.

시티은행과 SPDB 간 이제 결별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시티그룹은 “양사는 향후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적 협력 방식에 따라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며 “시티그룹은 글로벌 영업망, 신규대출 지원 등 방면에서 SPDB의 해외 글로벌 사업 확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