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석유화학업계, 다운사이징… 韓 추월 전망

2012-03-20 06:51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엔고와 수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설비 축소에 나서면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석유화학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경영 환경 악화로 설비 축소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인 미쯔이화학(Mitsui chemicals)은 2013년까지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에틸렌 생산설비(NCC) 규모를 현재 55만3000t에서 38만7000t 내외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미쯔이화학의 이번 조치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쯔이화학과 협력하고 있는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와 이데미츠 코산(Idemitsu kosan) 등도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쯔이화학과 이데미츠의 다운스트림 합작사인 프라임 폴리머(Prime polymer) 역시 내년 정기 보수 기간에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을 각각 10만t씩 중단시킬 방침이다.

이처럼 일본 기업이 설비 축소에 나선 이유는 자국내 수요 둔화와 석유화학 제품 수입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일본 석유화학 산업은 작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PE와 PP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원료인 에틸렌 생산은 17년만에 가장 최저치인 669만t으로 하락했다.

엔고도 일본의 석유화학 기업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미쯔이 측은 설비 축소의 최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엔고를 지목했다. 주요 통화와 비교했을 때 엔화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일본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일본이 주춤하는 동안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일본의 NCC 설비 축소로 국내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 등 NCC업체들은 경쟁에서 크게 앞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 관계자는 "NCC의 경우, 일본의 다운사이징으로 생산능력이 현재 727만t에서 내년 667만t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2013년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규모가 일본을 추월, 생산능력 순위에서 일본을 제칠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면에서도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규모면에서는 일본을 앞서 있는 제품이 많다"며 "다만 특화된(specialty) 제품에서는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기술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