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새 학기 아이들의 무거운 등굣길 발걸음
2012-03-14 17:15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팀장
3월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라마다 시작 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들의 마음과 키만큼은 한 뼘씩 자랐을 것이다. 아이들이 특정 연령이 되면 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당연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세상 곳곳에는 많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만 보더라도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직도 소수의 아이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살고 있는 마을에 학교가 없어서’, ‘학교 가는 길이 멀어서’, ‘물을 길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거나 돈을 벌어야 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학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세계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아동은 약 2억1500만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극도로 위험한 일에 종사한다. 손에 연필 대신 연장이 쥐어져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올 2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48.3%(223명)가 ‘공부’는 새학기 아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이자 더불어 학교에 등교하기 싫은 이유 1위로 등극했다. 새학기가 설레기보다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의 학교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잘 보여준다.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 때로는 매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먹는 즐거움이 있던 과거 그곳이 아닌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밖 세상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그곳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는다. 하지만 친구들끼리 서로 얼굴 보며 배우고, 살을 부대끼며 서로에게 에너지를 얻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이 아이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새학기를 앞두고 지난 2월 스리랑카 킬리노치 지역 8개 학교를 개보수했다. 총 1385명의 초등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변변한 필기도구 하나, 학교 건물도 없이 나무그늘에 매트를 깔아 놓고 공부해야만 했던 아이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아이들끼리 우르르~ 몰려 학교 가는 모습과 오밀조밀 모여 공부하는 모습에서 과거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5학년인 발라람(11·남)은 “한국의 후원자들이 새 학교를 세워주고 학비를 지원해 준 덕분에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몰랐는데, 지금은 꼭 한번 그곳에 가보고 싶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왔다.
지금 우리는 아이들의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그리고 즐거워할 수 있게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노력의 첫 번째는 바로 우리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부터 잘해 ‘나’를 통해 주변이 변화하고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학생일 수도, 선생님일 수도, 그리고 우리 모두일 수 있다.
최근 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의나 어떤 일에 참여하는 것에 있어 같은 서울이지만 지역에 따라 부모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얘길 들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과제를 내주면 부모가 먼저 부담감을 느끼며 ‘왜 이런 걸 내주냐’는 항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전에 있었던 학교처럼 부모의 지나친 열과 성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곳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나’부터 의지를 갖고 부모를 그리고 아이들을 변화시켜 보겠다는 젊은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서 작은 희망을 엿본다. 오늘 아이들의 학교 가는 발걸음을 한번 따라 가 보자. 그 길에 무엇이 있고,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학교로 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