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진행진 국내 '저가TV' 돌비 특허소송 비상
2012-02-28 06:41
음향 기술 무단사용..대형마트·온라인몰 혼란
(아주경제 김병용·강규혁·이혜림·홍성환 기자) 세계적인 영상·음향기업 '돌비 래버러토리스(이하 돌비)'가 국내 저가TV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기술 무단사용과 관련한 특허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비가 일부 국내 업체들이 자사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기업 중에서도 판매 수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기술사용료를 적게 내는 곳도 있다.
이들 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TV를 공급받고 있는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은 저가TV 출시계획 변경 등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국내 저가TV 시장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돌비는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술 무단사용 현황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특허 침해 소송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돌비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기술은 디지털 방식의 5.1채널 입체음향 코덱(데이터 압축기술)인 '돌비 디지털(Dolby Digital)'이다. 이 기술은 돌비의 대표적인 입체음향 기술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돌비 디지털은 초기에는 극장용으로만 쓰였지만 DVD나 지상파 디지털 방송 등의 기본 음향 코덱으로 채택되면서 사실상 디지털 입체음향의 표준 규격"이라고 설명했다.
TV로 방송사들이 내보내는 입체음향을 듣기 위해서는 돌비의 음향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TV 제조사들이 돌비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돌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1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또 TV에 탑재해야 하는 돌비사의 IC칩셋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대당 20~3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기술사용료에 부담을 느낀 일부 국내 TV 제조사가 돌비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사가 TV 1대를 팔아 얻는 이익은 4% 안팎에 불과하다.
중견 TV 제조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원가 절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사용료를 내지 않고 TV를 만든다는 소문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판매 수량을 줄여 IC칩셋 구매비용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장부를 조작해 실제 판매량을 속이는 편법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돌비의 소송이 본격화되면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돌비가 판매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션은 자사 브랜드 '올킬TV'의 생산을 WCD에 맡기고 있다. 2500대가 팔린 11번가의 '쇼킹TV'는 LDK가 만들고 있다. 'iTV'를 내놓고 저가TV 시장에 진출한 인터파크도 'GPNC'에 생산을 위탁한 상태다. 모두 국내 중소 제조사들이다.
이들 OEM업체가 생산하는 TV에는 돌비 인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소송이 시작되면 향후 출시 예정인 저가 TV에 대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저가TV 돌풍을 일으킨 대형마트도 예외는 아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국내 업체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대만 제조사들에게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내 저가TV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도 "저가TV가 몰려 있는 20인치와 30인치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돌비 측은 소송 가능성을 부인했다. 돌비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기술특허 피해 소송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