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 '초식남'에서 '육식남' 변신중… '발언·생각·비전' 구체화
2012-02-06 18:00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본인의 행보에 대한 정치적 해석엔 ‘결벽증적’이지만, 정치참여 여부에 대해선 ‘두루뭉실한’ 대답. 정치 관련 질문을 대하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한결 같은 패턴이다.
안철수재단(가칭) 설립과 관련해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래만에 모습을 드러낸 안 원장은 이번에도 같은 패턴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수했다.
하지만 이날 안 원장은 정치참여와 관련된 발언을 이전보다 구체화했고, 재단설립과 관련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정치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안 원장은 이날 “정치적 질문은 받지 않겠다. 재단관련 질문을 해 달라”면서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정치참여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또 “제가 정치 참여를 하고 안 하고는 본질이 아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은지 평생 끝없이 고민하고 살았던 사람으로, 그런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안 원장이 사회발전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기부재단 설립과 정치참여를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로선 딱 잘라 정치참여 여부를 결정짓진 않지만 필요에 의해 정치활동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치인들께서 잘하시니깐…”이라며 다소 추상적이고 소극적이었던 이전의 화법과 비교하면 정치참여 여부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적극성을 띄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와 맞물려 기부재단의 추진방향과 재단운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사회·국가 비전에 대한 그의 인식과 문제해결 방향을 구체화했음을 보여준다. 평소 ‘말’보단 ‘행동’으로 본인의 생각을 전하는 안 원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지가 이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안 원장이 재단설립 문제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했음에도, 에둘러 ‘정치적 질문은 삼가달라’한 것도 의도적으로 본인의 마음을 감추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앞으로 상당수의 사회적 저명인사가 기부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안철수재단이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안 원장이 “재단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면서도 “문화증진 등 재단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한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세력과 조직이 없는 안 원장이 안철수재단을 통해 그가 희망하는 사회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기부재단이 성과를 발휘하면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사회도 전략적으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제기한다.
여성 시민활동계의 대모인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 이사장의 경우 시민사회와 야권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안 원장의 정치적 멘토가 될 수 있으며,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도 시민사회의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 사이넥스 대표와 윤연수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컨버젼을 통한 사회 혁신을 끌어내는 상징적 의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