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양산하는 ‘청년인턴제’
2012-01-30 08:04
(아주경제 김선환·이수경 기자)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공언해온 청년인턴제가 은행권 등 민간기업에서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애초 취지가 정규직 전환이 아닌 인재양성 취지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금융권 채용비율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공기관 역시 정부의 기대만큼 청년인턴제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일자리 창출을 중요 항목으로 놓고 있지만, 지난해 9월 말 현재 청년인턴의 정규직 채용은 10%를 밑돌고 있다. 청년인턴제가 실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정부의 평가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85개 공공기관에 정규직 신규채용시 인턴 경험자를 20% 이상 받아들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시행 1년차였던 지난해 인턴 경험자 채용비율은 불과 9%로 목표치에 턱없이 밑돌았다.
올해는 이보다도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 예정인원이 작년보다 2550명(26.8%)이나 늘어 정규직으로 전환될 인원의 비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코레일 등은 정부 지원 인턴을 아예 채용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청년인턴을 뽑아온 은행권도 상황은 그리 나을 게 없다. 은행권은 정규직 채용시에 서류전형이나 면접시험에서 인턴 경험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의 정규직 채용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0년 인턴직으로 각각 224명과 102명을 채용했으나 인턴 기간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은 각각 3명과 4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은행권 인턴직 청년들은 말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정규직 전환을 보장받기는커녕 복사 및 커피심부름 등 허드렛일에 투입될 뿐 전문적인 소양업무에서는 아예 배제되고 있다. 정규직 입사자와는 월급도 큰 차이가 난다. 정규직 초임이 월 250만원에 이르는 반면 인턴직은 100만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졸업 후 백수로 전락한 친구들을 보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턴 기간을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년인턴제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단비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은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빠져 있어 대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하고 싶은 청년 취업예정자들의 기대를 꺾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휴일근무를 통상적인 연장근무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면서 인턴 등 하급직원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년인턴제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려면 공공기관이 정규직 채용비율을 선도적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지원이 현재보다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