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 '워크셰어링' 카드, 실효성은?
2012-01-29 20:29
근로시간 분담으로 일자리 나누기 일방적 방침 지적도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던진 근로시간 단축 카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제대로 된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가 정착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법을 개정해 '휴일근로'를 주당 연장근로 한도 시간인 12시간에 포함해 장시간 노동을 없애고 부족한 노동시간을 신규 일자리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개정안에 따라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500개 사업장에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게 하자 5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 법정근로에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를 인정해 최고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근로개선계획에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취지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것은 장시간 노동으로 삶의 질을 송두리째 저당잡힌 한국의 노동자들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정부가 여태 방조했던 불법적 행위를 이제라도 청산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며, 이 같은 조치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복지개선 및 잡 셰어링 효과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안정한 임금구조를 개편한 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이다.
이상은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평균 월급여가 203만원 정도인데 여기에서 기본급이 100만~110만원에 불과하다"며 "잔업과 특근 등 시간이 줄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임금도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노사간의 합의를 전제로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아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창출되는 신규일자리에 대해 구체적인 고용형태의 윤곽도 잡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특별한 준비나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가 1600명을 고용하기로 한 것도 정부는 정규직 고용형태라고 하지만 사실상 기업의 사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지만 제대로 지켜질지 여부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노동계에서는 신규 근로자 고용대신 단위시간대의 작업 강도를 높여 되레 근로자들의 작업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상은 정책국장은 "본질적으로 월급제로 전환되는 등 임금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애초 정부가 꾀했던 근로환경 개선 문제는 공염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경우 지원정책이 전무하다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청년인턴제 등으로 왜곡 활용해 청년층 중심의 비정규직 양산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이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노사가 한 발 물러서서 양보하고 정부는 노사간 합의의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기업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확대해나가고 중소기업에는 단기적으로라도 일정부분 임금 및 투자지원 정책이 동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주5일제가 시행될 때도 많은 논란 속에서 임금 삭감 없이 시행됐다"며 "이번 방침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임금 및 기업 지원책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행정감독을 해야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