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반기업정책 봇물… 한숨 깊어지는 재계

2012-01-26 16:28

(아주경제 조준영ㆍ이재영 기자) 총선ㆍ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한 반기업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위축된 재계가 더욱 깊은 시름에 빠지고 있다.

26일 재계, 정치권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대기업 견제장치로 공정거래법 보완,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일감 몰아주기 제한, 법인세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3년 전 친기업정책 일환으로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을 비롯해 금융ㆍ산업자본 분리, 대기업 관련 위법행위 처벌 강화를 정책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는 중기 적합업종 적용 강화나 하도급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 방지가 여야 정치권에서 검토되고 있다.

반면 재계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선거를 앞둔 생생내기식 반기업정책이 양산될 공산이 큰 점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출총제 부활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출총제를 부활하는 대신 기존 정책만으로도 무분별한 대기업 확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출총제를 없애기 전에도 적용 대상 대기업은 10개에 불과했다”며 “제도를 부활시키더라도 상징성만 있을 뿐 대기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활발한 투자에 나서도록 하려면 정책일관성을 유지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규제가 늘어날수록 해외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포률리즘적인 요소가 없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출총제를 부활하거나 법인세를 올리면 대기업이 해외투자를 늘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측도 “국내투자에서 대기업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며 “출총제로 이를 제한하면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