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포브스-그룬트’호 태평양에 추락

2012-01-16 06:45

(아주경제 전재욱 기자) 러시아가 약 50억 루블(약 1850억원)을 들여 발사했한 화성 위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한 뒤 모스크바 시간 15일 오후 9시45분(한국시간 16일 오전 2시45분) 태평양 해상에 추락했다고 러시아 공중-우주방어군 공보실이 밝혔다. 이로써 러시아가 15년 만에 시도한 야심찬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 공중-우주방어군 공보실장 알렉세이 졸로투힌 대령이 이날 “공중-우주방어군 우주상황정찰센터 자료에 따르면 포보스-그룬트호 추락 지점이 태평양 해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확한 추락지점은 남미 칠레군도의 웰링턴섬에서 서쪽으로 약 1250km 떨어진 태평양 해상이다. 보통 임무를 끝낸 러시아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가 수장되는 곳이라고 졸로투힌 실장은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포보스-그룬트호가 대서양 해상에 떨어졌다고 보도해 정확한 추락 지점에 대한 정보가 엇갈리고 있다.

이 통신은 로켓-우주분야 소식통을 인용해 “포보스-그룬트 잔해가 오후 9시59분(모스크바 시간) 대기권에 진입한 뒤 브라질 동쪽 해안에서 멀지않은 동경 310.7도 남위 18.2도의 대서양 해상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로켓 운반체 ‘제니트-2SB’에 실려 발사된 포보스-그룬트호는 로켓 운반체와 성공적으로 분리했으나, 이후 자체 엔진장치가 켜지지 않아 화성으로 향하는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중력에 이끌려 지상으로 내려오다 이날 추락한 것이다.

탐사선은 지구에서 3억 3000만 km 떨어진 화성 위성 포보스까지 11개월을 날아가 포보스의 토양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체 임무 수행 기간은 34개월로 책정됐다. 학계는 포보스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역사와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서방의 화성 탐사 시도도 실패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화성 탐사선 ‘마스 폴라 랜더(Mars Polar Lander)’는 착륙 도중 부서지고 말았다. 2003년 발사된 영국의 화성 착륙선 ‘비글 2(Beagle 2)’ 탐사선은 화성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지상과 교신이 끊겨 실종됐다.

러시아는 지난 1996년에도 화성 탐사선 ‘마르스-96’을 발사했으나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탐사선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가속블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태평양 상에 추락했다. 옛 소련 시절 러시아가 발사한 16개의 화성탐사선 가운데 목적지에 도달한 것은 고작 5개였다.

이처럼 인류의 화성 탐사 시도가 수많은 좌절을 경험하자 일부에선 ‘화성의 저주’ 때문이란 속설까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