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토지수용제도 개혁해 농민권익 보호해야"
2011-12-28 18:06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직접 나서 "농촌의 토지수용 제도를 정비할 것이며 농민들의 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광둥(廣東)성 우칸(烏坎)촌에서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 사태가 일어났던 여파로 분석된다.
28일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원 총리는 전날 열린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토지, 재산, 사회보장 등 농민의 각종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농지 이용권, 주택 사용권, 집단재산 수익 분배권 등은 법률이 농민에게 부여한 합법적 권리”라며 “누구도 그들의 권리를 박탈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 총리는 우칸촌 사태를 촉발한 계기가 된 농촌의 토지 수용제도를 정비해 개발 이익이 농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토지수용제도 개혁을 추진하되 농민 재산권 보장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며 “농지가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이 농민에게 분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곳곳에서는 도시화 진행 과정에서 농토가 산업 용지나 주거 용지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제도상으로는 국가가 농민들이 사용권을 갖고 있던 농지를 징발할 때 일정한 보상을 해 주게 돼 있지만 실제 개발 이익 대부분은 공생 관계에 있는 부동산 개발 업자와 지방 정부가 가져가는 것일 일반적이다.
한편 광둥성 루펑(陸豊)시의 한 시골 마을인 우칸촌에서 벌어진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 사태는 농지 수용 제도의 모순을 전면화하는 계기가 됐다. 우칸촌 주민들은 마을 집단 소유인 토지 33만㎡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한 부동산 개발 업체에 넘어간 데 반발해 지난 9월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지방 정부가 주민들이 진상 요구를 외면하고 도리어 공안을 대거 투입해 주민들을 대거 검거하자 1만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똘똘 뭉쳐 4개월 동안이나 당국과 강렬한 대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대표 가운데 한 명인 쉐진보(薛錦波)의 고문치사 의혹 사건까지 터지면서 주민들은 마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파출소를 습격하는 등 격렬 대응 양상을 보였다.
전례 없는 극렬한 주민들의 저항 사태가 계속되자 광둥성 당·정은 지난 20일 문제가 된 토지 거래를 중단시키는 등 주민들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이고 구금자들을 석방하면서 우칸시 사태는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