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재욱 기자) 이집트 법원은 27일(현지시간) “처녀성 검사는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군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들을 상대로 한 처녀성 검사를 중단하라고 군에 명령했다.

이집트군은 지난 3월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국제앰네스티는 군이 당시 체포한 여성 7명의 처녀성 검사를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군 지도부 중 한 명이 지난 6월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군이 체포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처녀성 검사를 했다고 시인한 사실을 들며 이는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 행정명령이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처녀성 검사를 받은 사미라 이브라힘(25)은 “이번 판결은 나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브라힘은 처녀성 검사를 금지해줄 것과 성폭력을 행사한 장교를 고소하는 두 가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군 최고 사법 책임자인 아델 모르시 장군은 성명에서 “그런 검사를 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기 때문에 법원 판결은 실행될 수 없다”면서 법원의 명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검사가 이뤄졌다면 관련된 개인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군 검찰은 지난주 한 군의관이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은 지난 16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집트군이 군 최고위원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군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집트 법원은 25일에는 기독교 시위대와 진압군인의 충돌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된 유명 블로거 알라 압델 파타의 석방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집트 시민단체인 인권정보 아랍 네트워크의 가말 에이드 대표는 “최근 판결들은 사법부가 독립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