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정부, 北자극 자제… 안정관리 주력
2011-12-20 22:32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대응 기조로 안정적 상황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최고 권력의 갑작스런 공백으로 북한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어 자칫 사소한 사건이 한반도를 위기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 대형 악재로 변질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비상국무회의 등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요지는 상(喪) 중인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자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최전방 3곳에 설치키로 했던 성탄트리 등탑(종교탑)의 점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정부차원에서 등탑 점등을 유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오늘 오후 4시20분께 등탑을 요청했던 군 선교연합회와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이를 통보했다”면서 “이에 대해 두 단체로부터 정부 결정을 수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군은 기독교 단체의 요청으로 이번 주부터 애기봉과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 등 3곳에 등탑을 설치하고 불을 밝힐 계획이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대북방어태세인 ‘데프콘’도 격상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출입을 평상시대로 유지한 것도 같은 취지다.
북측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19일 근로자들을 조기퇴근 시키면서도 “내일도 정상출근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우리 정부가 ‘비정상적’ 상황을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 조문 방북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안정적 상황관리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또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문 또는 조의를 주장하는 진보 측과 이에 반대하는 보수 측, 조문ㆍ조의 불허에 따른 북한 자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하고 있고, 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19일 미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transition)’을 원한다”며 “우리는 북한 주민들과 개선된 관계를 희망한다는 뜻을 거듭 밝힌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최대 후견국인 중국은 새로운 ‘김정은 체제’를 지지하며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