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시즌 진기록 모음…앤서니 김 90㎝ 퍼트 놓쳐 14억 손해
2011-12-18 18:12
케빈 나 ‘한 홀 16타’…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305야드 보내고…70세 노인이 일주일간 102라운드 ‘노익장’
앤서니 김.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2011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골프대회와 아마추어들의 친선라운드에서 진기록이 쏟아졌다. 이름이 잘 알려진 프로골퍼가 숨기고싶은 기록이 있는가 하면, 골퍼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굿샷’이 있다.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홀인원을 ‘버디잡듯’ 한 사람도 있다. 올해 나온 각종 진기록을 모았다.
◆“프로도 이렇게 쳐요”
교포 케빈 나는 4월 미국PGA투어 텍사스오픈 1라운드 9번홀(파4)에서 16타를 쳤다. 파보다 12타를 더 쳤으므로 ‘듀오 데큐플(duodecuple) 보기’다. 언플레이어블 볼, 헛치기, 몸에 맞기, 왼손 스윙 등 온갖 진기를 펼친 끝에 나온 스코어다. 1983년 이후 파4홀 스코어로는 최악이라고 한다. 그에 비하면 파5홀에서 6오버파 11타를 친 노승열, 세르히오 가르시아, 닉 와트니는 ‘새발의 피’다. 존디어클래식 때 파4홀에서 9오버파 13타를 친 존 데일리 정도나 명함을 내밀 수 있겠다.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한 대런 클라크는 유러피언투어 웨일스오픈 3, 4라운드에서 연속 80타를 쳤다. 1990년 프로데뷔 후 처음이다.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 료는 USPGA챔피언십 첫 날 85타를 쳤는데 전반에만 ‘아마추어 스코어’인 45타를 기록했다. 제이슨 더프너는 그 대회 최종일 네 홀을 남기고 4타차 선두였으나 ‘보기-보기-보기-파’로 마무리하며 연장전에 끌려간 뒤 역전패했다.
지난 10월30일. 올해 급작스럽게 생긴 상하이마스터스 연장 첫번째 홀. 앤서니 김은 90㎝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로리 매킬로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1, 2위간 상금차이는 125만달러. 김이 그 퍼트를 넣었어도 우승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쇼트퍼트 실패대가는 14억4700만원에 달했다. 데이비드 톰스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연장전에서 1m가 채 안되는 파퍼트를 놓쳐 우승컵을 최경주에게 넘겨주고 상금도 챔피언보다 68만4000달러(약 7억9200만원)나 적게 받았다. 서희경은 US여자오픈 최종일 17번홀에서 90㎝거리의 파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진입을 허용했고, 결국 유소연에게 졌다. 그밖에도 로버트 개리거스(현대 챔피언스토너먼트), 로버트 콜스(아반다 마스터스), 마크 윌슨(마스터스), 필 미켈슨(브리티시오픈), 웹 심슨(맥글래드리클래식) 등이 60㎝∼1m의 퍼트를 실패해 우승을 놓치거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와! 드라이버샷 평균이 350야드”
‘정말 프로처럼 친 샷’도 많았다. 장타자 버바 왓슨은 현대 챔피언스토너먼트 첫날 18번홀에서 진기를 보여주었다.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후 홀까지 305야드를 남기고 또 드라이버를 빼들었다. 볼은 그린앞 50m지점에 떨어진 후 굴러서 홀옆 3m지점에 멈췄다. 이글로 이어진 이 ‘페어웨이 드라이버샷’은 미PGA투어 ‘올해의 샷’ 랭킹 8위에 올랐다. 왓슨은 8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667야드짜리 파5홀에서 드라이버-4번아이언으로 2온을 해 주위를 놀랬다. 당시 드라이버샷은 415야드나 나갔다.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정도로 이름난 장타자인 제이미 새들로스키는 내션와이드투어 알버트슨보이스오픈에 나가 나흘동안 드라이버샷 평균거리 350야드를 기록했다. 양용은은 US오픈 첫날 4개의 파3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고, 남자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인 패트릭 캔틀레이는 미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0타를 쳤다. 아마추어가 투어에서 기록한 18홀 최소타수다. 은퇴한 노장 프로 봅 디킨슨(67)은 TPC소그래스에서 알바트로스, 홀인원, 에이지슈트(66타)를 한꺼번에 기록했다. 두 차례 심장 이식을 받은 에릭 컴프턴이 내션와이드투어에서 우승한 것도 화제가 됐다.
2월초 아담 스미스라는 스코틀랜드 아마추어골퍼가 나인(9홀)에 홀인원 두 개를 해 포문을 열었다. 브라질에서는 일본계 부부가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했고, 미국에서는 아마추어 골퍼 두 명이 같은 홀에서 잇따라 홀인원을 잡았다. 스코틀랜드 프로 엘리어트 솔트만은 6월 웨일스오픈 1, 4라운드 17번홀에서 홀인원을 두 개 기록하더니 10월 마드리드마스터스에서도 홀인원을 해 몸무게만큼의 햄을 부상으로 받았다. 로버트 앨런비는 AT&T내셔널에서 홀인원을 했는데 10년전 열린 대회에서도 홀인원을 했다고. J J 헨리는 두 번의 홀인원을 다 지켜본 동반자였다는 점도 특이하다. 아이스하키선수를 지낸 아마추어 조 사킥은 100만달러가 걸린 홀인원대회의 주인공이 되며 상금 절반(5억8000만원)은 갖고 절반은 기부했다. 인도 프로 라힐 강지는 내션와이드투어 밀란클래식 때 파4홀(길이 316야드)에서 드라이버로 단 번에 볼을 홀속에 쳐넣었다. 투어사상 세 번째 ‘파4홀 홀인원’.
◆70세 노인이 1주일간 1850홀 플레이
미국의 봅 커츠라는 노인은 7월4∼11일 토네이도 희생자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총 1850홀 플레이를 했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하루 15라운드, 270홀의 강행군이었다. 평균스코어는 74.55타이고 여섯 차례나 에이지슈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골프 철인’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노익장이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마스터스 때 나란히 하이브리드클럽 4개씩을 갖고 나가 화제가 됐고, 7월 하이원리조트오픈은 악천후로 72홀 경기가 단 18홀로 단축돼 치러졌다. 출전한 선수 전원에게 똑같은 상금(약 294만원)이 돌아가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