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계> 위로와 공감책 인기속 '팔리는 책만 팔려' 양극화 심화

2011-12-16 10:24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올 한해 출판계는 '위로와 공감'을 내세운 책이 사랑받았다. 또‘도가니’ ‘완득이’ 등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출판물 원작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출판시장 전반의 불황은 올해도 이어졌다.“팔리는 책만 팔리는”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생각의 나무’ ‘이레’ 등 중견출판사의 부도가 이어졌다.

전자책 시장은 올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보급과 더불어 인기 종이책 저자들의 전자책 출간도 잇따르면서 양질의 콘텐츠도 확보돼 양과 질에서 모두 도약을 꾀한 한 해였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등 '위로와 공감' 인기

지난해 말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줄곧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출간 8개월 만에 출고 100만 부를 돌파했다.
20대 독자의 비율이 40%가 넘을 정도로 젊은 층이 높은 지지를 보였다.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논조가 아니라 따뜻한 위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려 한 것이 이 책에 쏟아진 높은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전국을 돌며 젊은 세대 이야기에 귀 기울인 ‘청춘콘서트’의 주인공 안철수, 박경철을 향한 20-30대 독자의 지지도 위로와 공감에 대한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10월 출간된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은 주요 인터넷 서점의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0위권 내의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즈음해 불어닥친 ‘안철수 열풍’ 속에 안철수의 옛 책도 다시 인기를 끌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스티브 잡스의 사후에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첫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가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어판은 초판 10만 부 출고가 완료되고 8만 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해당출판사인 민음사는 45년만에 초판을 10만부찍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또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의 효과가 서점가에도 주요 이슈였다. ‘일상의 언어’로 정치 현안을 이야기한 ‘나는 꼼수다’가 막강한 영향력과 함께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으면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 김용민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 등 출연진의 책에 독자가 몰렸다. '닥치고 정치'는 11월말 출간이후 3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도가니' '완득이' 등 영화로 제작 흥행

‘도가니’ ‘완득이’ 등 영상화를 통해 재조명된 출판물 원작이 인기를 끌었다. 또 10월초 SBS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회당 시청률 20%를 상회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7월 28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에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9월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 역시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지난 10월21일 기준으로 446만명을 기록했다.

10월 20일 개봉한 영화 ‘완득이’는 12월 4일 누적 관객수 507만명을 기록해, 올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통총판 부도, 출판사로 ‘불똥’

출판저널은 출판사 편집장 100명에게 2011년 출판계 10가지 이슈를 정리한 결과 1위는 중견출판사의 잇단 부도였다.

지난 4월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등을 출간한 이레 출판사가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았고, 5월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출간한 태동출판사가 부도났다.

특히 6월 김 훈의 ‘칼의 노래’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젊음의 탄생’ 등 문화예술분야 출판사로 입지를 단단히 구축했던 도서출판 생각의 나무가 부도처리 되자 출판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중견출판사의 부도는 국내 중대형 유통 총판 세 곳이 연달아 부도 처리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월 아동서적 전문 총판인 평화당이 부도났고, 6월 중순에는 홈플러스에 책을 납품하는 대형총판 KG북플러스가, 6월말에는 샘터사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세 곳이 부도처리 되며 생긴 피해금액은 약 5000억원에 달하고, 이들과 계약을 맺은 출판사들이 책 판매에 대한 수금을 못해 부도처리된 것이다.


◆출판시장 양극화 심화

팔리는 책에만 수요가 편중하는 양극화 경향도 심화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종합 베스트셀러 50위권 도서의 총 판매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10년 전보다 4.2배나 늘었다. 특히 올해 상위권 도서의 판매량 증가세는 특히 눈에 띄었다.

반면 올해 출간된 신간 1종당 평균 판매권수는 140권으로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교보문고의 시장 점유율을 10%로 잡고 계산했을 때 전체 시장에서 1종당 판매량이 1천400권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문학 분야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공지영의 ‘도가니’, 김려령의 ‘완득이’ 등 과거에 많이 팔린 도서가 다시 주목받은 반면 신간은 활약이 미미했다.

◆태블릿PC 활성화 전자책 급성장

‘2010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이책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전자책은 2배 이상 증가했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전자책 수요자가 늘었고, 그로 인해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값할인 업체의 등장도 큰 이슈다. 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간(新刊)의 반값할인은 불법이지만,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구간(舊刊)과 패키지로 할인하는 편법을 쓰고 있어 도서정가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외에도 오프라인 서점의 잇단 폐점, 국내 문학작품의 해외 수출, 중국관련 도서 인기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올 한해 출판계 이슈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