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지 못한 ‘대통령의 당’…한나라의 운명은

2011-12-08 18:06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한나라당이 14년이라는 시간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전 까지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이라는 대통령을 배출한 이상 한나라당이 사라질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신당설과 당해체론, 재창당론 등에 시달리며 붕괴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한나라당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역대 대통령을 배출했던 정당, 이른바 ‘대통령의 당(黨)’ 중에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정당은 없다.
 
 이승만이라는 초대 대통령을 배출했던 자유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출발한 민주공화당(공화당)은 12·12 사태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정당(민주정의당)과 함께 명을 달리했다.
 
 이후 1987년 정권을 이어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듬해 치러진 제13대 총선에서 형성된 여소야대 형국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고 민정당의 이름을 버린다.
 
 이렇듯‘3당 합당’이라는 불안한 동거로 출발한 민자당(민주자유당)은 제14대 대선을 코앞에 둔 1992년9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탈당시키기에 이른다.
 
 이후 민자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종필 계열의 탈당을 거치며 1996년 신한국당을 창당하며 민자당이라는 이름을 없앤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새정치국민회의(국민회의)를 창당하며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주며 지금의 한나라당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편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회의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이라는 당명개정과 함께 사라졌다.
 
 새천년민주당은 이어진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듬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며 새로운 ‘대통령의 당’을 만들었고 이 열린우리당 역시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에서 남았던 기존의 민주당과 다시 재결합되며 소멸된다.
 
 한나라당은 현재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당(17년) 이후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광화당이 ‘3선 개헌’‘유신’ 등의 오명을 겪으며 ‘독재 여당’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민주적 형태의 정당으로서는 하나의 당명으로 가장 오랜 세월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두 품고 있었던 신민당(13년)보다도 길다.
 
 청와대는 지금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의 동반사퇴와 함께‘당해체’‘재창당’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한나라당을 지켜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당’이 소멸 되기 앞서 차기 대권을 위한 ‘정부와 선긋기’로서 여당 내 대통령 탈당 요구가 수순이었던 우리 정치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향후 행보에 어느 때 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