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청하는 꿀잠, 피로회복 효과는 영 신통치 않아

2011-12-08 15:20

(아주경제 전재욱기자) ‘지하철 쪽잠’으로는 피로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의 관찰 및 실험 결과를 소개한 7일자 기사에서 뉴욕 장로교병원의 간질·수면과 전문의인 칼 브라질 박사가 뉴욕 지하철 안에서 직접 관찰한 결과 잠을 자는 승객 중 대부분이 수면의 5단계 중 1단계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였다고 보도했다.

수면 5단계 중 1단계에 도달하려면 안구운동 속도를 낮춰야 한다. 2단계로 넘어가려면 근육의 긴장을 풀고 안구운동을 완전히 멈춰야 하는데 잠을 자는 지하철 승객들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열차 문이 열릴 때마다 가방을 꽉 쥐거나 눈꺼풀을 미세하게 움직이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잠은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낭비성’ 수면이라고 브라질 박사는 주장했다.

브라질 박사는 실험 결과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동료 브랜든 포어먼(30) 박사에게 어느 날 오후 6시께 지하철을 타게 하고 뇌파를 측정했다. 포어먼 박사는 감기에 걸린 자녀를 돌보느라 1주일 내내 수면 부족에 시달려 왔다.

포어먼 박사는 탑승 2분 만에 잠에 들었지만 다른 승객과 마찬가지로 열차가 설 때마다 눈을 떴다. 역시 주변의 잡담 소리에 미세한 반응을 보였다. 중간에 환승해서 다시 자리를 잡은 뒤에는 자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엔 아예 잠들지도 못했다.

결국 포어먼 박사의 총 탑승시간 23분30초 가운데 10분간 잠을 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면의 제2단계에서 보낸 시간은 3분30초에 불과했다.

브라질 박사는 “지하철 안에서 피로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매우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2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면 짧은 낮잠도 업무 능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나 실험대상인 포어먼 박사는 “쉰 것 같지가 않았다. 침대에서 낮잠을 잔 것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막 잠을 청했을 때 편안하지만, 의식은 또렷한 상태를 수면의 1단계, 근육 이완이 이뤄지고, 외부세계와의 단절이 깊어지는 상태를 2단계로 각각 구분한다. 1단계에서 2단계로의 이동은 몇 분만에 가능하다고 한다.

이어 2단계에서 30~45분 정도가 경과한 뒤 인체는 가장 깊은 수면단계인 3, 4단계에 진입해 45분 정도를 보내게 되며 그 후 다시 몇 분간 2단계 수면을 거쳐 꿈을 꾸는 5단계 렘(REM) 수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수면장애가 없는 일반인은 총 90분가량이 소요되는 이 5단계의 수면 주기를 하룻밤 4~6회 반복하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