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무정부 540일 마감…7일 연립 정부 발족

2011-12-06 10:31

(아주경제 전재욱기자) 지난해 6월 총선 이후 무려 541일간 지속된 벨기에의 ‘무정부 세계 기록 행진’이 막을 내렸다.

벨기에 알베르 2세 국왕은 5일(현지시간) 엘리오 디 뤼포(60) 왈롱 지역(프랑스어권) 사회당 당수를 새 총리로 임명하고 연립정부 구성을 승인했다.

벨기에 왕실은 “오늘 저녁 국왕이 디 뤼포 당수를 궁으로 불러 총리로 임명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디 뤼포 당수는 30여년 만에 첫 프랑스어권 출신이다. 사회당 출신이 총리직에 오르는 일은 1974년 이후 처음이다.

신임 총리와 각료들은 오는 7일 의회에서 선서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공식 취임이 이뤄지면 디 뤼포 총리는 이번 주말에 있을 예정인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된다.

이브 레테름 전 총리가 이끌어온 과도 내각을 대체할 새 연립정부는 사회당과 플랑드르 지역(네덜란드어권)의 기독교민주당, 자유당 등 양대 언어권과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아우르는 6개 정당으로 구성됐다.

새 정부의 장관직도 두 개 언어권 공동체와 정당에 공평하게 돌아갔다.

디디에 레인데르스 전 재무장관과 스테픈 바나케레 전 외무장관은 서로 장관직을 맞바꿨다. 경제장관에는 플랑드르 지역 출신의 사회당원 요한 반드 라노트를 임명했다.

그러나 연립정부 구성에서 녹색당과 플랑드르 지역 최대 분리독립 정당인 신(新) 플랑드르연대(N-VA)는 제외돼 향후 잡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벨기에는 지난해 4월 선거구 분할을 둘러싼 양대 언어권 간 갈등으로 지난해 총선 이후 지금까지 연립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이후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무려 540여일을 공식 정부 없이 지냈다.

벨기에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언어권별로 의석수를 배분하는데다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당이 없어 매번 총선을 치르고 나서 두 언어권의 여러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