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부정의혹·의석 급감… '암울한 성적표'
2011-12-05 17:26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가 이끄는 여당 통합러시아당이 러시아 총선에서 절반을 차지하며 집권당이 됐으나 갖은 부정의혹과 예전보다 저조한 득표율이라는 암울한 성적표를 보였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러시아 총선이 95%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통합러시아당’이 49%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득표율은 2007년 선거 당시 득표율(64%)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제1야당인 공산당은 19%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러시아당은 13% △극우주의 자유민주당(LDPR)이 11.8%를 각각 차지했다.
푸틴 소속의 통합러시아당은 하원 전체 450석 가운데 과반에 못 미치는 238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여당이 2007년 선거에서 획득한 315석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투표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러시아의 선거감시기구인 골로스는 최근 몇주간 대부분 통합러시아당과 관련된 5300여건의 선거법 위반사례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러시아 최대 야당인 공산당의 나디 쥬가노프 당수는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거나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을 찍은 유권자들에게 공짜 식사를 제공하는 등 선거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일부 투표소에서 골로스 활동가나 선거감시요원들의 출입을 저지시키기도 했다는 것.
이반 멜니코브 공산당 대표는 “우리는 선거지역사무실에서 투표 위반했다는 수천개의 고발 전화를 받았다”며 “전쟁 중 보고를 받은 것 같았다” 밝혔다.
또한 이날 반정부 성향 언론사와 선거감시기구인 사이트가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다. 디도스 공격을 받은 언론사와 단체들은 선거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야당 성향 언론 ‘코메르산트’ 선거감시기구 ‘골로스’의 웹사이트 등이 공격을 받았다.
알렉산더 베네딕토프 모스크바의 메아리 보도본부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총선 당일 일어난 디도스 공격은 선거법 위반에 대한 보도를 방해하려는 시도임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선거 결과에 반대 시위자들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농성을 벌였으며 100여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들은 “부끄러워해라. 리모노프를 대통령으로”, “우리에게 선거를 돌려달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 중에는 내년 3월 대선출마 의사를 표명한 급진 성향의 ‘다른 러시아당’ 당수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와 ‘우리야당운동’ 지도자 로만 도브로호토프가 포함됐다.
세달 전부터 대통령직을 맡기 위해 준비한 푸틴에게 이번 선거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결과를 낳았다고 BBC는 전했다. 푸틴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했다. 3선 연임금지라는 헌법 때문에 물러났다가 내년 3월 대선에 출마 선언했다.
러시아 정치평론가인 드미트리 오레쉬킨은 “푸틴의 개인적인 패배”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예전보다 크게 뒤쳐진데다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푸틴 총리는 이날 총선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이 통합러시아당을 러시아의 주도적 정치세력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결과에 따라 우리는 국가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