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제한된 싱가포르서 ‘슬럿워크’ 시위 열려

2011-12-05 13:19

(아주경제 전재욱기자)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는 싱가포르에서 4일(현지시간)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의 야한 복장이 성범죄의 원인이 아니라는 뜻을 전달하는 세계적인 움직임인 ‘슬럿워크(Slut Walk)’ 시위가 열렸다.

현지 언론은 시위는 싱가포르에서 시위가 허가된 유일한 공개 장소인 ‘발언자 코너’ 공원에서 개최됐으며 노래, 연설, 격투기의 일종인 무에타이 시범 등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참가자는 성폭행 피해자를 이들의 복장이나 음주 탓으로 돌리는 데 반대하는 문구를 쓴 옷차림을 했고 앞서 미국, 캐나다 등에서 열렸던 슬럿워크의 참가자들과 같은 야한 의상을 입은 참가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시위 계획자 중 한 명인 바네사 호(24·여)는 “복장에 상관없이 성폭행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성범죄) 피해자와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을 비난하는 여론을 환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중 연설이 엄격히 제한되고 옥외 집회가 드문 싱가포르에서 이번 시위는 이례적 사례다. 경찰은 슬럿워크가 국제적 움직임이라는 점과 외국인의 참여가 있을 것을 고려해 이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슬럿워크 시위는 지난 4월 캐나다에서 한 경찰이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야한 옷차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데서 촉발돼 서울을 비롯해 토론토, 워싱턴, 파리, 뉴델리 등 세계 수십 개 도시로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