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하이마트 진실게임 이성적 해법 찾아야

2011-11-29 16:30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유진그룹·하이마트 간 경영권 분쟁이 결전을 앞두게 됐다. 30일 하이마트 주주총회에서다. 여기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안이 처리된다. 선정구 하이마트 회장을 퇴출시키기 위한 이사 개임안 또한 다뤄진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앞서 23일 하이마트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이 콜옵션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하이마트 지분 6.9%를 추가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양측은 선 회장에 대한 경영권 보장문제를 두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반박성명을 내는 설전을 벌였다. 지금껏 양측이 보여온 행태에 대한 외부 평가는 감정싸움으로 얼룩진 진실게임이다. 선 회장은 임직원에게 수차례 보낸 이메일에서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유진그룹 측은 "경영권을 보장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급기야는 폭로전, 협박전으로 이어졌다. 유진그룹 측은 "선 회장이 긴급 임원회의를 통해 '본인이 하이마트를 떠나 새 회사를 차릴 것'이라며 임원진에게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이마트 측은 이에 맞서 전국 304개 하이마트 영업점에서 동맹휴업에 들어간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총을 하루 앞둔 29일에도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선 회장이 유진그룹으로부터 7년간 자율경영을 보장받았다는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유진그룹 측은 영문 계약서상 관련 조항을 공개하면서 "계약서에는 경영권 보장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일반적인 고용 관련 조항만 담겨 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었던 이번 진실게임은 결국 주총으로 일단락되게 됐다. 그러나 내홍을 말끔히 수습하는 것은 물론 하이마트 영업을 정상화하는 데까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유진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 초기에 "내홍인데 알려져서 뭐가 좋을 게 있겠느냐"며 "이 문제를 최대한 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홍을 숨기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주총 이후에도 소모적인 감정대립이 지속된다면 문제는 되레 커질 수 있다. 이성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