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선거 전쟁' 시작… 권력 재편성...경제 악영향 우려
2011-11-28 08:25
2012년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유럽의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 감축 실패와 유로권의 채무위기 해결 지연에서 드러난 선진권의 정치력 상실과 후진국의 고질적인 정파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심각한 국면에 다다른 글로벌 재정위기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경제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내년에 세계 각국에서 대거 '선거 전쟁'이 시작된다”면서 "미국, 한국, 스페인 등 G20 주요 국가들이 내년에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있어 정쟁에 따른 경제적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올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치열한 정치적 대치에서 잘 드러 났듯이 같은 경제 위기를 보면서도 서로 다른 이해 관계 때문에 경제 해법이 도출되지 않고 지연되는 현상이 내년에 더욱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서 내년 상반기 결정될 공화당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접전을 벌이게 된다. 현재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만일 공화당 후보가 이기면 증세를 반대하고 과감한 긴축을 주장해 온 공화당 입장에 따라 세계 경제 회복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중국에서도 10월에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거쳐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체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달 중국은 긴축을 완화하고 내수 진작에 나설 것이라고 G20정상회담에서 약속했기 때문에 정권 교체 과정에서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세계 경제 흐름을 긍정적으로 끌고 갈 요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상황은 전혀 개선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피그스(PIIGS : 돼지들)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초 러시아, 프랑스 대선이 예정돼 있고, 독일에서는 2013년 있을 대선을 향해 대권 주자들의 공방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여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도 아시아와 인도, 남미 등지에서도 대통령 선거 등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정치적 혼돈이 가중될 전망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0월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내년에 대선 정쟁 때문에 각국에서 필요한 경제 정책이 수행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면서 "2012년 여러 국가들이 선거를 맞게됨에 따라 기껏해야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경제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 재정 위기 등 올해 세계 경제 전반에 암운을 드리웠던 악재들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고, 이에 더해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과 4월에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를 촉발시킨 나라들의 국채 만기일이 대거 집중돼 있어 이 시기가 내년도 경제 위기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전망한 ‘2012년 주요 20개국(G20) 경제전망’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은 평균 3.8%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 및 지역의 성장률 전망이 좋지 않아 불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1.8%, 유럽연합(EU)는 0.3%, 일본은 2.1%로 지난 여름에 제시된 전망치보다 대부분 하향 조정됐다.
이와 관련, CNN 인터넷판은 지난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공동통화(=유로) 사용이라는 느슨한 연합체에서 재정통합을 가미한 실질적인 연방체로 나가든지 ▲아니면 유로존이 혼돈 속에 무너지고 유럽 전반적으로 극우당이 세력을 잡으면서 사회민주주의모델이 붕괴하는 단계로 넘어가든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올해 빚어진 유럽의 경제 위기가 제대로 정리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유럽이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거나 아니면 어쩡정한 상태로 상당기간 표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