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정치가 한국미래 망친다] ‘이익대변단체’로 전락한 국회 - ③
2011-11-24 18:50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특정 이익집단의 이권만을 대변하는 ‘민원 창구’로 전락한 것인가.
국회가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등으로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확인했음에도 여론의 목소리엔 귀를 닫은 채 소관기관의 이익을 우선하는 입법 행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회의원 및 소관기관의 이익이 되는 법안이라면 여야를 떠나 거수기를 들기 바쁜 반면, 손해가 생기는 안건에 대해선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이는 집단 이기주의적 입법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감기약과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었나, 일부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상정이 무산됐다.
약사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장인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과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등이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약사회가 조직적인 입법 로비를 통해 약사법 개정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은 약국이 문을 닫으면 비상시 약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창구가 사실상 없다”며 “보건복지위가 6만 약사들의 이권을 대변해주느라 국민 여론에 등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국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도 검찰 출신 의원들에 막혀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사개특위 의원들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대법관 증법제사법위원회 등을 처리하기 위해 의지를 다졌으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 검찰 출신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8월에 활동을 재개하긴 했으나, 이미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졌고 국회 스스로도 동력을 상실하며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 각 상임위는 소관기관의 이권에 타격을 입히는 법안에 대해선 조직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이익과 직결된 것은 ‘원만한 합의 처리’를 보여줬다.
올 2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예술인의 지위향상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대표 발의한 ‘예술인 복지 지원법안’의 경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 근거를 담고 있는데 지원 대상이 불명확하다. 지원 대상을‘예술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으로 정했으나 ‘예술’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어 앞으로 지원 대상을 두고 혼선이 예상된다.
결국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식으로 상임위가 법안 통과를 밀어부치면서 부실 법안을 만들어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을 통해 이사장 및 임원, 감사 등 고위직 16자리를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때문에 국회 상임위원회와 소관기관 간 거리를 멀리 하고, 이익단체의 입김 반영이 제한되도록 해당 상임위와 관련없는 출신의 의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가 업무 전문성 등을 감안해 각 의원들의 경력에 맞춰 상임위에 배치하는데 이는 오히려 유착관계라는 역기능을 부를 수 있다”며 “오히려 의원의 경력과 관련없는 상임위 활동을 시킬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