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어렵다"… 기업 옥석가리기 본격화
2011-11-22 16:00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내년 경기침체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업계에 철저한 옥석가리기를 주문하고 나섰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한계 기업은 신속히 퇴출시켜 부실 규모를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2일 부산테크노파크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도 당분간 실물경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많은 어려움이 예고돼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중소기업이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창업·중소기업 금융지원 환경 개선을 내년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전날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현장 실태 파악에 나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들에게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옥석가리기를 통해 필요한 곳에는 자금이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해 금융권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권 원장은 “고질적으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나빠지면 돈을 못 갚는 기업이 늘고 금융회사의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감독 목표치(1.5%) 내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비율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매년 감소해 왔다.
2009년 채권단의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은 79개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65개, 올해는 32개로 줄었다.
신용공여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기업도 지난해 121개에서 올해 77개로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구조조정 기업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과 해운, 조선 등 경기 민감업종은 물론 항공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도 글로벌 경기위축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재무상황도 면밀히 살펴 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사업성이 불투명한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