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한국사회, 이민정책 따라 명암 뚜렷
2011-11-21 08:18
30년 뒤 한국사회가 현재와 같은 발전상을 누리려면 어떤 이민정책이 필요할까.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공백을 채울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대거 유치하는 개방적 이민정책과, 해외 우수인력에 대한 선별적 이민정책 중에서 미래학자들은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21일 기획재정부가 성균관대 하이브리드컬처 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2040년 한국의 삶의 질’ 최종보고서에서 미래학자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두 개의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두 시나리오는 각각 이민 문호의 완전 개방으로 인해 다문화 사회가 실패작으로 판명된다는 비관론과, 인구는 줄어도 해외 고급인력을 선별적으로 유치해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낙관론을 보여준다.
◇저임금 외국인노동자 대거유입…고령화 막지만 사회갈등 심각‘실패한 다문화사회’ 시나리오는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막지만, 저가 노동력 유입으로 국내 노동자의 실업률이 오르고 중산층이 붕괴한다는 우울한 전망을 보여준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노동인력 감소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의가 사회적 대세를 이뤄 정부는 2015년부터 고용허가제와 정주권제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이민정책으로 선회한다.
이때부터 외국인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국내체류 외국인은 2020년 200만명을 돌파하고 2030년 400만, 2040년에는 700만까지 늘어 전체인구의 20%에 육박하며, 2040년에는 인구가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이런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없었다면 600만의 인구가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40년 한국사회는 명실 공히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고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며, 고령화 추세도 완화된다. 특히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제조업체는 낮은 비용으로 풍부한 인력을 활용하게 되고, 개인 소비가 늘면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경제는 연평균 3.8%의 성장세를 구가한다.
그러나 외국인 대거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2030년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소득 비숙련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이주민이 국내 저소득층과 일자리 경쟁을 벌여 기존 저소득층 노동자의 임금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빈부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수요가 늘면서 집값 등 물가가 오르고 도심지역 교통이 혼잡해지는 동시에 외국인 거주지역이 슬럼화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2040년에는 저소득층 노동자가 중심이 돼 외국인 유입을 반대하면서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반(反)이주 정서로 발전하기도 한다.
제조업체는 경영 효율화나 기술혁신을 꾀하기보다 저임금·비숙련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해 업체들의 노동생산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 역시 문제다.
저소득 이민자들에게 지출되는 사회복지 비용 급증으로 공공재정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경제성장률은 둔화로 연결된다. 언어·문화·종교 간 갈등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교육과 취업기회 제한 등으로 나타나고 이민 2세대의 신분상승이 차단되면서 사회갈등의 골은 심각해진다. 2040년 한국의 신규 취업연령인 20대의 전체 실업률은 8%를 유지하지만, 이주민 2세대의 20대 실업률은 33%에 달한다.
결국, 이들 이민자의 사회이동성에 대한 취약성은 한국사회를 소수 상위계층만 존재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사회계층 구조로 변화시키고 한국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통합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고급인력 선별적 유치…인구 줄지만 생산성↑두 번째는 인구는 줄지만 해외 고급인력 유치와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노력으로 풍요롭고 쾌적한 사회가 계속된다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가 계속되면 2020년부터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갈 것이라는 등 우울한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자 개방적 이민정책을 적극 취해야 한다는 쪽과 대량 외국인력 유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2012년부터 맞서기 시작한다.
신중론자들은 과거 유럽의 사례들을 들어 외국인 대량유입으로 인한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크게 발생시켜 국가 전체로 봤을 때는 오히려 손해라는 논리다.
이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를 전적으로 외국인 수혈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개방적 이민정책 옹호론자들에게 맞선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인구감소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져올 문제들은 노동생산성과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환경론자들 역시 인구가 감소하면 교육·주택·교통문제에 있어서 질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 있는 삶을 구현할 수 있다며 인구기회론자의 편에 합세한다.
위기론 대 기회론의 논쟁은 결국 기회론자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되고, 정부는 2015년부터 고급인력 중심의 선별적 이민정책을 펼치기 시작한다.
새로운 해외 고급전문인력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2015년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한다. 2016년엔 여러 부처에 분산된 기존의 외국인 업무 중복을 해소하고 외국인 정책과 이민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해외인재개발청’도 설립한다.
해외인재개발청은 해외 우수인력 유치와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에 관한 출입국 및 노동정책을 총괄하고, 한국에 본거지를 둔 글로벌 기업과 인재를 연결시켜 한국으로의 해외인재 유입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 기업의 혁신노력을 가속화한다. 이에 힘입어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0년 이후 30년간 4.8배나 향상된다.
인구감소를 대체하기 위한 로봇 개발산업도 발달, 2035년에는 로봇이 제조와 서비스산업에 있어서 300만명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도 2010년대비 20%가량 감소한다.
2040년 한국의 인구는 4천500만 정도로 30년 전보다 500만명이 줄지만 시민은 교통혼잡과 만원전철의 시달림에서 해방되고 기술진보에 의한 노동생산성 상승과 설비투자 축소에 의한 노동분배율이 향상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크게 오른다. 또한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해방돼 사람들은 보다 많은 여가시간을 가져 풍요로운 삶을 즐기게 된다.
생산성과 노동분배율 향상은 빈부격차도 크게 완화해 한국사회를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구분이 없는 직사각형 형태의 사회계층 구조로 변화시키기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한 1인당 노동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하며 기업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자기혁신이 요구된다”며 “기업과 개인뿐 아니라 정부도 발상의 전환과 시스템 전반에 걸친 대폭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