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뉴타운 가장 큰 고민이다”(종합)

2011-11-16 17:44
서울시장 세계 최초 온라인 취임식..“시민이 시장입니다”

한쪽 벽면을 시민들의 소리가 담긴 포스트잇으로 벽보를 꾸민 서울시장 집무실을 박 시장이 소개하고 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복지시장, 시민의 시장을 자처하는 박원순호가 순조로운 첫 항해소식을 서울시민들에게 신고했다.

박 시장은 16일 오전 11시부터 40여분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전 시민을 대상으로 제35대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을 갖고 자신의 집무실을 공개했다. 집무실이 공개된 것은 서울시장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리허설 한번 없이 생중계로 치러진 이날 취임식에서 박 시장은 한쪽 벽 전체를 ‘원순씨에게 바란다’라고 써 있는 벽보판으로 꾸몄다. 후보시절 시민들로부터 받은 희망사항을 적은 포스트잇이 멋스런 디자인으로 변신해 있다.

박 시장은 또 헌책방을 옮겨놓은 듯 빽빽히 책이 꽂혀 있는 책장, 자신이 쓰고 있는 책상과 서랍, ‘시민의 의자’라고 이름붙인 의자 등을 소개했다. 화장실, 샤워실, 침대까지 놓여 있는 휴게실도 인터넷에 공개하고 “밤을 새 일하느라 이곳을 이용하는 최대한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자신이 퇴근을 안하고 일할 경우 다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무실 소개와 손님으로 찾아온 서울시의회 의장단, 간부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취임식 선서까지 끝낸 박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다시한번 ‘복지시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뉴타운 대안과 절차 만들 것”

박 시장의 뉴타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박 시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서울시에는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난제들이 곳곳에 있다”며 “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쫒겨나야 하는 뉴타운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뉴타운 사업에 대한 고민은 이날 집무실 온라인 취임식 이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시민들과의 만남에서도 나타났다.

오전 11시45분께 대한문 앞으로 장소를 옮긴 박 시장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은 용산역세권개발에서 수용방식을 놓고 반발하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 마천뉴타운 반대 조합원 등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사당동 지역조합원인 한 할머니는 박 시장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날 대한문 앞으로 찾아온 시민들에게도 “뉴타운 문제 심각하다”며 “뉴타운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하겠다. 대안과 절차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온라인 취임식 후 대한문 앞을 찾아 시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복지가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

박 시장은 또 이날 ‘복지시장’이 되겠다는 평소 자신의 다짐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그는“복지냐 성장이냐의 이분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이제 복지가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가 됐다. 복지는 공짜도 아니고 낭비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에 대한 가장 높은 이율의 저축이자 미래에 대한 최고수익의 투자”라고 비유했다.

박 시장은 이어 “사람냄새가 나는 서울시, 강남·북 어디에 살든 균등한 삶의 질,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친환경무상급식에 이어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여성과 장애인의 지위개선, 시니어(어르신)의 보호와 일자리 제공도 더 이상 개인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말하는 복지는 사회불평등이 해소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는 “1%가 99%를 지배하는, 승자가 독식해 다수가 불행해지는 현상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모두가 피폐해지는 삶은 공정한 세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4대강사업 등 개발 중심으로 흘러가던 사회적 분위기 차단에 나섰다. 박 시장은 “무차별적인 개발로 환경을 파괴해 다음세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해법을 찾는 첫걸음”이라고 전제한 뒤, “시민이 시장이다. 새로운 역사의 물결에 함께 하길 부탁한다”는 당부로 취임사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