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ISD 논의' 향방은

2011-11-16 16:26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논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FTA 발효 후 논의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조속하고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통상당국자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내온 공식 답변을 통해 “미국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에 관해 한국 측이 제기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의(consult)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대응에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한미 FTA 협정문에는 양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돼 있지만 그런 장치가 있는 것과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환영했다.

앞으로 한미간 예상되는 ISD 추가논의의 성격은 '개정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이미 발효된 뒤 이뤄지기 때문이다.

ISD 문제에 대한 논의는 최근 한미 양국이 설립키로 추가 합의한 한미 FTA 서비스ㆍ투자위원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 간에 서한교환을 통해 새로운 한미 FTA 서비스ㆍ투자위원회를 설립키로 했다”며 “이 위원회에서 ISD를 포함해 서비스 투자 분야의 어떤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한미 FTA 서비스 투자위원회는 양국 정부 대표로 구성되며 첫번째 회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이후에는 매년 또는 합의시 수시 회의를 열게 된다.

일단 서비스 투자 위원회에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면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하지만 ISD 문제가 어떤 수준까지 논의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이시형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문안상으로는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는) 양방이 제기한 어떤 이슈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어느 정도의 깊이나 심각성을 갖고 논의할 수 있다고까지는 명시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먼저 우리 정부는 FTA가 발효된 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미국 측에 어느 정도 수준을 요구할지 입장을 정해야 한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우리가 어떤 패키지를 내놓을지 연구해봐야 한다”며 “논의의 범위와 수준 등에 대해선 현 단계에선 예단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ISD 폐지 등 협정문에 손을 대는 것이라면 얘기가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한국 측의 ISD 요구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미국이 ISD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정도이기 때문.

ISD 조항 자체를 없애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부도 아직까지는 ISD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ISD를 재협상하겠다는 밝힌 데 대해 미국이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 자체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공은 다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