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여행 '과당경쟁-가격할인-강제쇼핑' 악순환

2011-11-13 18:46
비수기 여행사들 덤핑공세<br/>손해 감수 절반까지 할인<br/> "여행전 꼼꼼히 따져봐야"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최근 저가로 단체 해외 여행을 간 고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해외 여행 수요가 급속히 얼어붙자 여행사들이 해외 여행상품을 대폭 할인 판매하면서 여행 도중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들의 강제 쇼핑 및 불친절한 태도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대폭 할인된 여행 상품을 내는 이유는 유럽발 금융위기와 일본의 지진피해와 원전사고, 태국 방콕의 홍수 등 해외 유명 관광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해외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객들의 여행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여행사들의 소위 땡처리 상품으로 낮은 가격의 단체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고 현지 가이드들에게는 지상비(고객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여행 비용)를 지급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비수기인 11월 모객이 기대보다 낮게 나타나자 여행시장 곳곳에 저가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하드블록(여행사가 항공사와 계약하여 좌석의 일부를 사들이는 계약)소진을 위한 대형 여행사들의 물량공세가 더해지면서 중소여행사들은 가격책정을 비롯해 전방위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사들은 모객(募客)이 잘되지 않자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덤핑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대형여행사들도 30~50%까지 저렴하게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소여행사들 또한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가이드들의 수수료는 부족한 행사비로 빠져나가고 있다.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춘 여행상품은 현지 가이드들의 수수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통역안내원협회에 따르면 “가이드들 중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가이드에게 지급돼야 할 수수료가 현지 행사 비용으로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는 여행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가이드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여행객들을 강제쇼핑으로 내몰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당경쟁-가격할인-강제쇼핑’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가로 여행을 간 여행객들은 할인된 가격을 쇼핑 등으로 고스란히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춘 사무관은 “여행객들이 여행 중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면 즉시 관련기관을 통해 신고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여행을 가기 전 여행 상품을 꼼꼼히 따져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