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
2011-11-13 15:27
(아주경제 전재욱기자)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총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된 직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한 언론재벌 출신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0년 동안 3차례 총리를 지냈다.
재임 중 온갖 성추문과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날 하원 표결 직후 관저에서 마지막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히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출발할 때 군중은 그를 향해 ‘어릿광대(buffoon)’라고 야유를 보냈다.
이날 밤 로마 시내에서는 수천명의 군중은 베를루스코니의 사임 소식을 접하고 일제히 환호했다.
이를 두고 베를루스코니는 측근에게 “매우 씁쓸하다”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전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경제개혁을 이끌 총리로는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중립 성향의 관료 중심으로 새 내각 구성을 준비 중인 몬티 거국내각은 이르면 13일 오후 또는 14일 오전 출범할 예정이다.
몬티 내각 출범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은 이날 몬티 거국내각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보수 북부연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대 정파인 자유국민당이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몬티 내각 출범은 중대한 문턱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8일 2010년 예산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뒤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임은 지난 11일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연금 개혁과 일부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안정화 방안이 찬성 380표 대 반대 26표, 기권 2표의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통과된 경제안정화 방안은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2014년까지 150억 유로 상당 국유재산 매각, 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 67세로 상향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