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3대 신용평가사 전방위 압박

2011-11-13 10:23
EU, 3대 신용평가사 전방위 압박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유럽연합(EU)이 주요 국제 신용등급 평가 업체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EU는 유로존 재정ㆍ금융위기 이후 신용평가사들의 횡포가 심하다고 판단, 규제를 강화해 왔다.

   지난 1일부터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EU 27개 회원국 역내에 지점을 둔 주요 국제 신평사들에 대한 직접 감독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ESMA 등록과 보고를 의무화했으며 투명성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규정을 어길 경우 연간 수입의 20% 내에서 벌과금을 매길 수 있으며, 영업 일시 중지나 면허 취소하고 형사 고발도 할 수 있다.

   EU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이른바 업계 `빅3'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강력한 조치들을 추진 중이다.

   신평 업계는 이에 대해 자율성을 해치고 오히려 시장을 왜곡할 것이라며 저항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일 S&P가 실수로 프랑스 국채등급 강등을 잘못 발표함으로써 시장을 독과점한 빅3가 금융시장 불안을 조장하고 증폭시킨다는 EU 당국자들과 각국 정부의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미셸 바르니에 EU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성명에서 "S&P가 저지른 끔찍한 사고는 유럽이 신평사들에 대해 확고하고 엄격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확신을 강화시켜줬다"고 말했다. 또 추가 규제 강화 방안을 내주에 공표하고 서둘러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EU 집행위에 따르면, 추가 규제안의 핵심은 ▲국채 신용등급 평가 의존도 축소 ▲신평업계 경쟁 강화 ▲국채 등급 평가 관련 투명성 강화 ▲위배 행위 시 책임 강화 등이다.

   최근 이 규제안의 내용이 일부 알려지자 신평사들 뿐만 아니라 금융권과 기업의 관련업무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그만큼 강력한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기업 신용평가 시 무조건 신평사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평가 방법을 적극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 기업이나 은행이 최소 1∼2년마다 한 번씩은 의뢰 신평사를 의무적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현재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큰 기업이나 은행들은 복수의 국제 신평사들을 기용하고 있으며, 이 경우 대체로 빅3 중에 2개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EU 규제안은 2개사 중에 하나는 유럽에 등록된 다른 업체들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신평사를 순환 교체함으로써 중소규모 신평사들에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등급 평가의 투명성 강화와 관련돼 주목되는 것은 EU 회원국에 "특별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자국 국채의 등급 평가를 금지하는 이른바 `일시 제한(블랙아웃)'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나 EU,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금융프로그램이 결정된 나라의 국채에 대해선 신용등급 평가를 일시 중단하라는 뜻이다.

   규제안은 또 신평사의 잘못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 모든 개인과 기업이 EU 회원국 어떤 곳에서도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원국마다 제도와 규정이 다른데 따른 문제를 개선하고 투자자들의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EU는 그러나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유럽의 국제적인 대형 평가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은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에 중소 규모 평가사를 포함해 모든 신평사들의 신용 등급 평가 지수와 자료를 취합, 비교 정리해 공표하는 등 "경쟁과 다양성을 촉진할 조치들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집행위 관계자들은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 은행협회는 등급 평가의 취약성을 더 크게 만드는 반면 품질은 낮추고 신규 평가사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무디스의 미셸 매들린 사장은 오히려 금융시장 자본 흐름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행위가 내주 추가 규제안을 공개하면 영국 등 일부 국가의 반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이러한 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유로지역의 신용을 높일 수도 없고 EU 역외의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평가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유럽의회는 오는 15일 EU 회원국 국채와 연계된 네이키드 또는 언커버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금지하는 법안을 표결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