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기업 앞에선 ‘때리고’, 뒤에선 ‘얼르고’
2011-11-08 18:12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생·상생 발전에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정치권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겉으론 대기업을 강도높게 질타하고 있으나, 뒤로는 면죄부를 씌어주는 등 감싸주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9일 백화점 수수료 관련 청문회를 열고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 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 등 백화점 업계 ‘빅3’ 업체 대표들을 증인 자격으로 부르기로 한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대표자를 대신해 실무 책임자인 상품본부장 등의 대리 참석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에 열을 올리며 대기업을 강하게 압박했던 지경위가 갑자기 관용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 이목을 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지경위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3단체장이 참석에 불응하겠다고 하자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번에 지경위가 백화점 업계 대표들의 불참을 허락한 것은 최근 중소 협력업체의 수수료 인하를 놓고 백화점과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소기업 상생 문제가 주요 정국 이슈에서 다소 멀어졌기 때문이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앞으로 기업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상황이 많아지며 일단 대기업 감싸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정부·여당이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업(MRO) 사례를 보면 대부분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소속 김성조 기재위원장이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MRO 중 과세대상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3% 이상인 웅진(웅진홀딩스)과 한화(한화S&C) 2곳에 불과했다.
삼성과 LG·SK·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의 MRO는 총수 일가의 직접 보유지분이 없어 과세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국회 기재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안보다 지배주주 일가가 한 명일 때는 영업이익과 총 거래비율, 5% 초과분을 곱해 증여이익을 계산하고, 2명 이상이면 영업이익, 총 거래비율, 지배주주 일가의 합계 주식보유비율의 5% 초과분을 곱해 지분율에 따라 안분해 계산하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안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