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내년에 ‘3중고’ 만난다
2011-11-08 16:25
내수ㆍ친환경차 판매 감소에 노조 갈등까지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폭풍성장’을 이어가던 현대ㆍ기아차가 내년에는 최소 3가지 악재를 만나게 됐다. 내수 시장이 감소세인데다 야심차게 내놓은 하이브리드 모델마저 시장의 반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거기에 3년 만에 강성 성향의 노조가 들어서며 내년 임협에 앞서 노조와의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수ㆍ하이브리드 판매 동반하락=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달 각각 5만8000여대와 4만1000여대를 판매하며 전년동기대비 6.0%, 4.3% 하락했다. 내수 점유율도 77.6%로 하락 추세다.
더욱이 내년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국내 경쟁사와 수입차의 역공이 거센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이렇다 할 반격 카드, 즉 주력 신차가 없어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기에 전체 내수시장도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단 관련기사 참조>
가령 한국지엠이 이달 내수 최대 시장인 중형차 부문에서 쉐보레 말리부 신차를 내놓은 데 반해, 현대ㆍ기아차가 최근 내놨거나 내년 초까지 출시할 신차 i40나 i30, 프라이드 후속, 경차 큐(프로젝트명), 오피러스 후속 등은 모두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비주력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감소세도 심상찮다. 2009년 출시할 당시 1500대 가까이 판매됐던 아반떼ㆍ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지난 9월부터 200대 미만으로 사실상 판매가 멈췄다.
특히 올 6월부터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와 함께 판매를 시작한 쏘나타ㆍK5 하이브리드 역시 판매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7월 2200여 대가 판매된 이후 매달 판매가 줄어 지난달에는 절반에 가까운 1100여 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미국 판매도 지난 7월 1900여 대에서 지난달 760대로 절반 이상 줄었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은 이에 대해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실연비는 ℓ당 12.5㎞로 공인연비(ℓ당 21.0㎞)와의 차이가 큰 데 대해 기대치가 높았던 소비자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했다.
◇3년 만의 강성 노조와 갈등 불가피= 3년 만에 들어선 강성 노조도 현대차에게는 부담이다. 회사는 지난 3년 동안 무파업으로 2조원 이상의 파업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 초 선출된 문용문 신임 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폐지, 해외공장 실태조사 및 규제강화 등 사측이 수용키 어려운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공약은 사측이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측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선 법적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이고, 타임오프는 이미 올 임단협에서 타결된 사항이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해외공장도 확대 추세인 만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밖에 노사가 큰 틀에서 합의한 주간 2교대제 도입 역시 실행 방안에서는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현 노조 집행부는 현 주야 3교대에서 줄어드는 물량을 추가 인원 확충 및 공장 증설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어느 한 쪽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갈등이 불가피 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악재에 대해 “그렇다고 해도 현대ㆍ기아차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다. 내년에는 700만대 이상의 글로벌 판매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노사 안정과 수입차 공세를 막을 수 있는 브랜드 고급화 등 과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