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향방, 대외변수 ·투자처 문제 해결되야

2011-11-07 16:51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국내 부동자금이 지난 8월 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주식시장도 박스권을 맴돌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동자금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금융권에 대기자금으로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대두돼야 부동자금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부동자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1년 미만의 은행ㆍ증권사 등의 수신 자금을 모두 합한 것으로 8월 현재 전체 부동자금은 64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11년 정부 예산이 309조567억원임을 감안하면 정부예산의 두배를 웃도는 셈이다.

이 같은 막대한 자금이 부동자금화된 이유는 먼저 정기예금 등 은행 금리가 낮아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실제로 시중 금리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가 7월 이후 넉 달째 연 3.25%로 동결됐다.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부동자금을 금융권에 묶어둔 것이다.

반면에 소비자물가는 올해 1~7월까지 전년 같은 달 대비 4%대 상승률을 지속했고 8월에 5.3%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은행의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한 것이 부동자금 증가에 가장 큰 원인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 8월 286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을 보였다.

주식시장이 크게 등락을 거듭한 것도 부동화자금을 늘린 요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은 8월 19조3000억원에서 9월 18조7000억원으로 줄었다가 10월에는 20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증시 관계자들은 개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들어오려면 유럽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는 외국인들의 매매 또한 안정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9월 1조3000억원 순매도에서 10월에는 1조6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다시 1500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불안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이어 개인 자금까지 증시에 들어오려면 유럽 쪽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는 한 자금 부동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국면도 부동자금을 증가하게 하는 원인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택담보대출 억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가 부진하다. 전세난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늘어난 부동자금이 부동산 전반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면서 특히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약해져서 강한 매수세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유럽 등의 대외상황이 악화될 경우 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확실히 해소되고 부동자금을 흡수할 투자처가 대두되는 시점이 부동자금이 줄어드는 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금융시장실장은 “(부동자금이 유입될) 성장성 있는 투자처를 찾으려면 내년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