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수장이 여성인데…" 해운업계 '유리천장' 언제 깨지나
2011-11-07 17:00
해운업계에서는 '여자가 배에 타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여성인력을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은영 회장이 2007년 경영에 참여한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해운업을 하니까 힘들죠"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해사고등학교 여학생 입학 제한은 차별'이라는 진정서를 접수받고, 10월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국토해양부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실제 2012년도 해사고 신입생 입학전형요강 가운데 지원자격 조항을 살펴보면 '1995년 1월 1일 출생자로 국가관이 투철하고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대한민국 남자로서…'라고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여학생의 해사고 지원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해사고가 지원자격을 남학생으로 제한한 이유는 해운 관련 단체들의 반대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선사들이 선박 내 거주시설 마련과 성폭력 예방대책 수립, 위계질서 문제 발생 소지 등으로 여성의 승선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 단체의 반대 이유다.
남성들이 이끌어온 한국 해운업의 위상은 세계 5위권을 자랑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들이 많다. 해운 선진국에 비해 시스템은 여전히 낙후됐다. 이로 인해 시황을 예측하고 불황에 대비하기는커녕 '주먹구구식' 경영행태로 문을 닫는 선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가 '3F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가상(Fiction)과 감성(Feeling), 그리고 여성(Female)을 키워드로 꼽았다. 지식과 정보, 창의력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여성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일 도이치포스트 DHL, 덴마크 AP몰러 머스크, 미국 물류업체 UPS와 페덱스 등은 글로벌 해운·물류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한국 기업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유리천장을 스스로 부술 때 글로벌 해운·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꿈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