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불황 속 후발 대기업들 ‘서로 다른 속내’

2011-11-03 14:40
삼성·한화 “계획 변경 없어”, LG “투자 연기 검토”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태양광 불황으로 신규 투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후발 대기업들간 경기 체감온도엔 차이가 있어 보인다. LG화학이 투자 연기를 검토하는 반면, 삼성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은 기존 계획을 밀어부친다는 방침이다.

3일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기존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현재 설계작업을 진행 중으로 2013년 말 준공 목표는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정밀화학은 최근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에 효율이 높은 FBR(Fluidized Bed Reactor) 공법을 적용키로 하는 등 사업의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도 “올해 연말 착공 계획을 잡았는데,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지반 기초를 다지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LG화학은 지난달 26일 “폴리실리콘 신규 투자시기 연기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앞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상황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LG화학 관계자는 “터를 잡고 기계 발주 등의 준비작업에는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사업이 많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LG화학은 당초 투자계획부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3사는 공장 준공시기가 2013년으로 겹치지만, 투자 규모는 LG화학이 초기 연산 5000t으로 1만t인 두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다. 이에 대해 업계서는 5000t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에 5000t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라며 “현재도 1만t 규모 미만 업체는 가격이 폭락한 지금,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등 대형 신사업에 진출해 있어 태양광에 투자여력을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상대적으로 삼성과 한화는 그룹차원에서 태양광 수직계열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LG그룹에선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김 부회장은 투자 의견이 다른 것 같다”며 “시장상황이 나빠 태양광 사업을 탐탁찮게 여긴다는 후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당초 2013년에는 태양광 수요가 크게 확대돼 신규 공급 물량을 흡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기값이 높고 일사량이 좋은 국가부터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태양광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에 도달할 것”이라며 “2013년 말에는 세계적으로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단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는 “현재의 태양광 ‘치킨게임’에서 도태되는 기업이 생기겠지만, 2013년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서도 신규 진출이 많다”며 “2013년까지 최대 수요시장인 유럽의 위기가 극복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