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 아르헨 대통령, 30년來 최고 권력자
2011-10-26 06:55
연임에 성공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8·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최근 30년 사이 가장 막강한 권력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선에서 54%의 득표율로 야권 후보들을 압도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득표율은 군사독재정권
(1976~1983년)이 종식되고 1983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최고 득표율은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이 1983년에 기록한 51.7%였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 결과 연방하원은 257석 가운데 135석, 연방상원은 72석 중 38석이 여권으로 분류됐다. 23명의 주지사 가운데 20명이 친(親) 페르난데스 인사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25일(현지시간) 자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민주화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슈퍼 대통령’의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La Nacion)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민주주의 회복 이래 유례없는 권력집중 상태에서 오는 12월 10일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특히 이번 대선 결과를 분석하면서 “‘키르치네르 주의’가 끝나고 ‘크리스티나 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 최고 실력자로 꼽히던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의 후광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하게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의 정치 칼럼니스트인 훌리오 블랑크는 ‘크리스티나 주의’를 “사회단체, 지식인 그룹, 예술가, 학자, 노동계에 1970년대 좌파가 추구했던 이상과 전통적인 정치 분파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들을 공존할 수 있게 한 개념”으로 해석했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치우친 면이 있지만, 이질적인 세력을 하나로 통합해 지지세력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3선 연임을 위한 개헌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개헌을 위해 야권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할지, 아니면 유력 주자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차기 주자로는 아마도 보우도우 부통령 당선자와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아르헨티나의 저명 사회학자인 리카르도 시디카로는 폴랴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열망을 가진 인물이 적지않은 상태에서 개헌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유명 작가이자 언론인인 호르헤 라나타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압승으로 집권 연장 논의가 조기에 시작될 수 있다”면서 3선 개헌 추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라나타는 특히 이번 대선을 통해 분열상을 드러낸 야권이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개헌 시도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리듬 유지, 인플레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 고용 확대, 갈등을 계속해온 언론과의 관계 정립 등이 집권 2기를 맞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