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경제효과·이해득실 논란에 '지지부진'

2011-10-23 18:21
수혜업종에 자동차부품·섬유, 제약업계는 피해 우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은 한·미FTA 이행을 법률로 확정, 비준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야당의 반발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주최한 ‘끝장 토론’에서 여야는 쟁점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한 채 23일 정리토론을 통해 비준향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미FTA를 찬성하는 측은 무엇보다 ‘비준시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이자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확보할 타이밍이 눈 앞에 온 만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이대로 방관했다가는 세계 무역 자유화의 흐름에서 뒤쳐진다”고 스스로 경계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대만은 섬유, 기계, 플랜트, 화학,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년 1월에 발효시키려면 늦어도 이달 안에 비준동의안과 관련된 부수법안 14개를 모두 통과시켜야 하는 등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한·미 FTA, 경제효과 놓고 논란

이처럼 대외적으로 경쟁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한국이 한·미 FTA로 거둘 '경제적 과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ㆍ미 FTA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영토 규모가 세계 경제규모의 61%(세계 3번째)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경제영토 규모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양을 말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0개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한ㆍ미 FTA 발효 이후 10년 간 실질 GDP도 최대 5.6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 후생은 최대 321억9000만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비스업 중심으로 3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무역수지는 앞으로 15년 동안 연평균 27억7000만 달러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하지만 반대측은 한·미 FTA 경제효과는 5.7%가 아니라 0.08~0.13% 정도며 이 수치도 10년에서 길게는 15년을 합한 수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3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한미FTA를 200년은 넘게 걸리고 실질GDP 증가율도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미무역 수지는 서비스업 부진으로 적자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FTA가 발효되면 서비스업 부문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동차부품·섬유는 '희색' VS 제약은'울상'

한미FTA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부품이다.

자동차부품은 자동차부문의 대미 수출의 38%를 차지한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FTA 발효 후 2~4% 수준의 부품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줄어드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완성차 업체는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 개방하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승용차 관세는 양국이 모두 발효 후 5년이 됐을때 완전 철폐하지만, 한국 시장은 발효 후 즉시 8%, 관세율은 4%로 낮추기로 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섬유산업도 대미 비교우위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미 FTA 발효 1300여개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즉시 관세 철폐 혜택을 보게 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로 섬유제품의 미국 수출은 10년간 연평균 1억8300만달러 늘어나는 반면, 수입은 25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최대 32%에 이르는 관세 철폐로 일본, 캐나다, 대만, 중국, 멕시코산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개선돼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1억8000달러 규모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제약 업계는 '특허-허가 연계제도'로 카피약 출시가 늦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로 특허-허가 연계제도가 시행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후부터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 개발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제네릭의 출시가 평균 약 7개월 늦어질 수 있다. 제약업계는 이로 인한 연간 피해액이 300억~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